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가 몇장을 넘기면서 계속되어 짜증스러웠다. 아마도 학창시절이였다면 이 책을 덮었으리라. 지금은 그정도에 책을 덮지 않으니 다행이다. 몇장 더 넘기니 이제 그들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 실없는 대화속에서 종종 뼈있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책의 제목처럼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가 오질 않아서 한참을 목빼고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고 있다. 책속에서 하루는 왜 이리 긴지 노래 가삿말 처럼 하루가 일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수룩하면서 우스꽝스러웠다. 길을 지나가던 포조와 럭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포조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지 럭키는 사람이지만 개끌듯이 목에 줄을 매달고 등장한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겨서 이리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는 럭키는 사람이였지만 사람이 아니였다. 연극을 하면 재미있을꺼라는 생각이 들면서 럭키가 세장분량의 대사를 외우기가 좀 힘들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참으로 단촐하다. 몇 되지도 않고 공간도 바뀌지 않는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매일 기다린다. 벌써 몇십년이 훌쩍 넘어가버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는 올것인가? 아마도 그들이 고도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을때 느꼈겠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다. 이막이 지나가고 포조가 나타났는데 포조는 이제 장님이 되어 있었다. 어제 만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알아보지 못한다. 에스트라공 역시 기억력이 가물가물하다. 블라디미르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포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냐에 대해서 역정을 내며 시간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화를 낸다. 어제 왔던 소년은 또 오고 똑같은 말을 하고 가버린다. 떨어지지 않을것 같던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뜬다. 왜 이리도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는지. 오로지 고도를 기다리고 있어서 인가 싶다. 어찌보면 반복되는 등장인물들과 별 상관없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대해서 일침을 놓아주고 있는것 같았다. 어찌되든 우리완 상관없다고 말하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사람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당시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의 인기는 굉장했다고 한다. 아마도 두 등장인물들의 바보같지만 남같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본것이 아닐까. 아님 아무런 해답도 던져주지 않는 이 의문스러운 연극이 궁금증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