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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더 와닿는 책이였다. 신비스러운 매력을 가진 글이였다. 무언가에 홀려서 산중에서 한참을 헤맨듯한 기분이 든다. 멀리서 들려오는 알수없는 소리에 섬짓해서 목덜미가 서늘해져오는 그런 느낌이였다. 잔인하지도 거창한 살인계획 없이도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상상만으로도 그 자체를 공포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실상 제일 무서운것은 정체를 알수없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것일 테니까 말이다. 눈에 보이는것 그것만으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추리, 미스테리보다는 왠지 가족, 사람사는 이야기에 가까운것 같다. 어두운 밤 "또깍", "또깍" 자신을 쫓아오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돌아보면 지나가는 행인이다. 어둠과 정막함이 만들어낸 또 다른 공포이다. 우리집 근처에도 귀신집이 있었는데 그집은 겉보기엔 멀쩡해보였는데 귀신이 나온다는 둥 별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때면 꼭 그집을 지나야했기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밝은 낮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밤에 그 집주변을 친구들과 함께 서성인적이 있었는데 귀신은 보이지 않고 인상좋은 아주머니만 보였다.
공포는 호기심이 가져다 주는 산물이 아닐까?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포의 정체는 호기심덩어리다. 갑자기 드는 생각 타인을 죽이는 것도 자살도 살인이다. 자신의 목숨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이 책 내용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급수탑>이였다. 전직 판사였던 다카오와 그때그때마다 다양한 직업으로 변신하는 미쓰루는 산책친구였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던 급수탑의 소문에 대해서 미쓰루와 다카오는 추리를 해본다. 하얀팻말을 보기전까진 가설이고 그냥 소문인줄로만 알았던 급수탑 사건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수없게 만든다. 다만 "그 범인은 그들을 보며 웃음짓고 있다."는 글귀에서 머리속에서 드는 상상이 섬짓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판사인 다카오와 현직 검사인 그의 아들 슈운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다카오는 현재 소설을 쓰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모든것이 미스테리인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시내 중심가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씨끌벅적하지만, 고요할때보다 더 큰 외로움이 밀려온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이 서글퍼진다. 사회에 나가서 받는 압력과 상사와 후배, 실적과 결과등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도시괴담>은 그런의미에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잡아먹고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체 잡아먹혀버리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부딪히게 되는 현실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걸까? 보이지 않기에, 자꾸만 숨기기에 우리는 그것을 볼수없음에 더욱더 공포는 심해져간다.
죽음의 정체역시도 그렇다. 장례문화가 급속도로 우리사회에서 사라져 버렸다. 요즘엔 상조나 병원을 끼지 않고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 숭고한 죽음과 집안에서 치르는 장례의식에서 우리는 죽음을 보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것이다. 보이지 않는 죽음은 그 자체가 큰 두려움과 공포다. 공포의 껍질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다 보면 별거 아닐텐데. 현대사회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가장 큰 공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