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랑
한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착한것도 죄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사랑>에서의 수명은 그랬다. 바보같이 아무 의심없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서도 아무런 발악도 해보지 못한체 차가운 바닥에 던져졌다. 그녀의 남편은 수명이 잘못해서 이혼을 하듯이 당연하게 요구하였고 그녀 역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핀 주제에 기세가 등등한 그의 남편도 재수 없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수명도 바보같았다. 정작 자신의 마음은 칼에 베인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하필 그럴때 나타난 태경이라는 사람은 유부남이였다. "다신 사랑않해." 라는 말이 수명에게 복수라도 해오듯이 태경에게 마음이 가고 있었다. 수명은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비참한 처지가 무엇때문이고 누구때문이란 말인가? 어쩌면 수명이 바보같이 착하기만해서 그런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피해자였던 만큼 불륜은 저질러서는 안되었다. 수명에게 그 시기는 최악이였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이혼을 요구했으며 그여자는 아이를 가졌다. 수명과 그의 남편이 함께 했던 3년이라는 시간이 땅밑으로 꺼졌으며 자신의 존재 여부도 불확실하였다. 태경과의 첫만남에서 부터 자꾸 엉키기만 했지 좋은 모양새는 아니였다. 수명의 그런 모습을 태경은 어여쁘게 보았나보다. 해서는 안되는 일인줄 알면서도 주변에서 자꾸 그러지 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어지는게 사람이다. 그렇기도 했지만, 수명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였을꺼다. 사랑에 다치고 지쳐버렸지만, 어느새 새로운 사랑이 수명을 흔들어 놓아 버렸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당장은 죽을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더니. 수명은 남편때문에 힘들어 했지만, 태경때문에 그보다 더 힘들어 할 줄은 몰랐을것이다. 

 
엉망징창이 된 몰골로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더라면, 거기에서 태경을 보지 않았더라면 수명의 삶이 덜 고달펐을까. 태경을 받아들이는 수명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태경의 부인도 많은 상처를 받겠지만, 정작 수명이 많은 상처를 받을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왠지 수명의 사랑이 용서받지 못할것이라 하여도 그녀를 향하는 안쓰러운 마음은 어쩔수 없었다. 그녀가 너무 바보같이 착하기만 해서 그렇다. 자신의 아픔만 생각해도 힘들판인데 다른사람 생각하느라 그녀는 우두커니 서있었다. 듬직해보이는 태경의 아무런 대책없는 수명에 대한 감정에 화가났다. 태경은 수명을 지켜줄 수도 없을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수명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더욱 힘들게 해버렸다. 그것도 수명이 가장 힘들어할때 말이다. 사람은 힘들땐 무방비상태이다. 무방비상태가 얼마나 무서운것인가? 태경과 수명 그리고 태경의 부인 지연은 어떤 결정을 할까?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은 어쩔수 없다지만, 모든것을 송두리째 뽑을 만큼, 지켜야 하는것을 내던질만큼 대단한것인가? 사랑에 목숨을 건다고 말하는 사람이 때론 부러울때도 있었다. 20대는 패기나 용기라고 생각했고 30대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사랑에 목숨을 거는것은 안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내가 수명이 아니기에 뭐라고 해야될진 모르겠다. 제3의 입장으로서는 수명의 상황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수명이 덜 아프고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명도 말했지만, 살다보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 있다. 누군가가 이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고 하지 않아도 터득되어지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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