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의 플루트 음악이 이 책속에서 강렬한 기운을 뻗친다. 음악이 듣고 싶은 마음에 시공사에 들렀는데 도통 찾질 못했다. 무서운 이야기의 첫장을 쓰기가 매우 망설여지고 찜찜한 마음을 어쩔수 없다던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도대체 무슨 사건이길래 그런것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에는 혈연으로 얽혀있는 세가문이 등장하고 두명의 형사와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코스케라는 명탐정이 등장한다. 솔직히 전에 책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코스케의 역할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명탐정의 뛰어난 추리력도 감각적인 순발력도 보여주질 못했다. 코스케란 인물은 명탐정으로 어설퍼 보이기까지 했다. 470페이지의 분량중에서 본격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100페이지 분량이었다. 계속되는 암시들과 냄새만 피우고서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저자의 글솜씨는 그런점들을 무난히 넘기기에 훌륭했다.

 

 츠바키 가문의 대표인 츠바키 히데스케의 실종과 자살, 그후로 그가 작곡한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도가니에 몰아 넣었으며 살인이 일어난다. 세 가문은 아키코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문인 츠바키 가문, 그녀의 오빠인 신구 가문, 그녀의 외외종조부 가문 다마무시 가문이 등장한다. 전쟁으로 인해 세 가문은 츠바키 가문에 함께 살고 있다. 코스케는 주어진 암시를 따라 조사를 다닌다.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알뜻 말뜻하다. 잔잔한 냄새를 풍기는 가운데 확실해진 것은 범인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중 한명 이라는 것이다. 츠바키는 1947년에 일어난 천은당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도 자신의 알리바이를 말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말하지 못했다. 츠바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열흘이 지난후에야 입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알리바이가 성립되던 시간의 여행길에 무엇을 알아보러 갔던 것일까? 츠바키는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할 끔찍한 일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 책을 읽어 봐야겠지만 말이다.

 

 일본에선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종종 보았다. 정말 이런일은 가히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다. 누군가가 별여놓은 일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어쩌면 처음 그일이 시작된 후부터 끔찍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일이였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범인인 그사람이 안쓰럽기도 했다.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그를 미치게 만든것 역시 인간이였으니까. 실마리를 풀기에 조금은 지루한 감도 있었다. 5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섬뜩한 느낌은 오로지 듣지 못한 그 곡조와 사람들의 긴장감이였으니까 말이다. 데가와 형사의 조사자료에 의해서 사건의 결말은 뚜렷이 드러난다. 정작 뚜렷해진건 아무것도 없고, 저자의 말대로 마음이 찜찜하기만 하다.

 로코코(유명한 탐정)말처럼 살인사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다는 건 너무 잔혹하고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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