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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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작업실 줄라이홀. 이 책을 읽어 보면 커피와 음악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향긋한 커피도 좋고 클래식도 좋았다. 전반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이야기가 나와서 좋았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은 그것이 무엇이라도 마냥 좋을것 같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지식적인 수준에서는 거의 문외한인 나였기에 당연히 이 책이 읽기 힘들어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때론 한글을 읽고 있어도 외계어처럼 느껴질때가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거기엔 저자의 삶의 향기가 묻어나서 그렇다. 지독하게도 음악을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어서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그의 삶의 이야기 말이다. 내가 아는 몇몇의 음악가를 제외하곤 턴테이블의 낯선 이름들과 곡들을 읽으면서 모르는 음악가들과 음악이 머리속에 둥둥 떠다닌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왠지 내 마음이 정화가 될 것 같은 느낌. 가슴속에 정체되어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좋은 음악을 듣기위 해서 거장의 음악을 감당할 수 있는 기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뜻과 상관없이 스피커에 붙어사는 유령들과의 동거가 조금은 부럽게 느껴졌다. 보면 무서워 할꺼면서도 그녀석들이 보고 싶은 이유는 모르겠다.  하긴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긴 하다. 나에게 그녀석들이 시간을 내준다면 말이다.  

 
우리집에 있었던 턴테이블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막내 작은아버지가 망가뜨렸다고 한다. 집에 고이 꽂혀 있던 엘피판들을 멀끔히 쳐다보았던 기억밖에 없다. 그 당시에 난 테이프에 심취해 있었다. 라디오에 테이프를 꽂아서 A면 다 돌아가면 철컥 소리를 내던, 다시 B면으로 돌려주어야 했던, 졸다가 철컥 소리에 나를 깨워주었다. 어떤 이들은 미친 사람들에게 "미치려면 곱게 미칠것이지." 라고 말한다. 감히 저자에게 정말 곱게, 멋지게, 따라하고 싶게 미치셨네요." 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의 커피 사랑이야기, 한번 하고자 하면 꼭 하고 마는 성격이신듯 하다. 바리스타처럼 복장을 착용하고 커피를 내리신다는 이야기에, 3번 자지러졌다.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쓰지 않다. 담백하고 중독성에 대한 부작용으로 몸의 떨림이 있다. 커피 볶는 향기가 달콤하게, 저자의 이야기는 맛깔스럽다. 맛있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선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생두를 사서 불순물을 골라내주어야 하고 그다음에 생두를 볶아 주어야 한다.  불순물만 잘 골라주어도 하급생두도 마실만 하다고 한다. 생두를 어떻게 로스팅하는가에 따라서 맛이 크게 달라진다. 강배전으로 볶을수록 파킨슨병에 효과는 크다고 한다. 훗~  커피를 건강을 위해서 마시기 위해 쓰디쓴 맛을 봐야 할까?  인생에서 맛보는 쓴맛으로 대신하는것이 좋을것 같다. 커피가 주는 향긋함과 즐거움이야말로 큰 기쁨일테니 말이다. 커피를 내리는것 역시 그냥 내리면 될 것 같지만, 여기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것은 해보고 또 해보고 연습하는 것일거다. 많이 해본만큼 커피맛도 좋을테니 말이다.

 
중학교때 나만의 화실이 갖고 싶었다. 그때 필수품은 라디오와 미술도구들 맛있는 간식이 필요하다.  몇날이고 밤을 세워서 그리고 또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였다.  더 잘그리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있는 시간이 행복해서 였다. 방학때에는 화실에서 그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기쁜일만은 아니였다. 내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니까.  때론 그런시간들이 저주의 시간같기도 했다.  원해서 하고 있었지만, 절망적일때가 더 많았다. 

 
좋아하니까, 그럴수밖에 없다. 시작하지 않는 것 역시 불안하다. 인간은 외로워 하기 위해서 태어난것은 아닐까?  외롭지 않고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였다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강한 자석에 철심이 끌려가듯이 당연한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러움의 미학, 어쩔수 없는 끌림, 그러기에 우리에게 더욱 음악을 향한 욕구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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