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품절


그의 정신은 다른 어딘가에서, 그에게 늘 붙어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허구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는 읽는 법을 잊어버렸지만 아직까지 사물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 이름을 말할 수 있거나, 아니면 그와 반대로 사물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능력은 상실했지만 아직까지 읽는 법은 알고 있을 수도 있다.-(7쪽)~(8쪽)쪽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다 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시간의 기록, 눈에 보이는 증거일 뿐이다.-(10쪽)쪽

좋은 일하고 나쁜 일이 모두,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예요. 우리는 고통 받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에 대해 불평을 하는 사람은 살아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거죠.-(43쪽)쪽

지금은 불안정한 시기이고 나는 이런저런 견해들이 잘못된 사람에게 던진 단 한 마디 말로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인격이 비난을 받게 되면 그가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다 부당하고 의심스럽고 이중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을. 내 경우에는 문제가 된 그 흠이 악의에서가 아니라 고통에서, 교활함에서가 아니라 혼란스러움에서 생겨났다. … 몹시 안 좋은 밤과 맞닥뜨릴 때마다 내 생각은 나를 저버리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서 곧 나는 나 자신의 숨결에 숨이 막히곤 했다.-(79쪽)쪽

나에게는 중요합니다. 내 모든 삶이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 꿈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95쪽). 나에게는 그 꿈이 유일한 기횝니다. 그건 내 잃어버린 한 부분 같은 거고 그래서 그걸 찾아내기 전까지 나는 절대로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없는 거지요.-(93쪽)쪽

곤란한 일은 누구에게나 닥쳐오고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상과 화평을 맺는 법이니까.-(82쪽)쪽

우리는 지금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고 모든 게 다 보이는 것과 같지는 않으니 말이오.
(152쪽)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의 미래를 예상하는 데서는 비관적이지 않은 그는 끊임없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에 다시 한 번 더 체념하고 만다.-(149쪽)쪽

그는 자기의 내면에서 어떤 목소리, 그 자신의 목소리는 아닌, 적어도 그가 기억하기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를 듣지만,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권위 있고 확신에 차 있어서 그것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한다.-155쪽~쪽

일단 세상 속으로 던져지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고 우리가 죽은 뒤에까지도 우리의 이야기들이 계속 이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222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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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아는 거는 그런 의미에서 모르는 것보다 더 나빠.
중요한 건 깨닫는 거야.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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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 아픔이 가슴에 통증을 일으킬 정도로 크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든.
그래서 깨달을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상처가 왜 낫지 않고 계속 곪는지 알 수 있다면.
아픔 따위 두려워 할 순 없지.
 

나쁜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연한 자에게는
몰두할 무언가가 있는 것이 좋다.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간에,
적어도 그것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상황을 잊을 수도 있다.
그런 종류의 일로 나는 채린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
이를테면 추리소설 같은 것.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살해될 확률보다
아는 사람,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사랑은 잔인하다.

- 본문 222~223쪽에서

 

 

- 백수생활백서, 박주영.
((민음사 2006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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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지만 아는 사람은 할 수 있는 것 -
상대의 영혼을 죽일 수 있다는 것.
 

2006.08.21 23:21


죽음은 삶의 대극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말로 해놓고 보면 역겨우리만큼 평범하다.
완전한 일반론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것을 말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공기로서 몸 속에 느꼈던 것이다.
문진 속에도,
당구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네 개의 공 속에서도,
죽음은 존재해 있었다.

 

 

- 개똥벌레,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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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흔히들 '살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물' 도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동물이나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닐 뿐, 식물이 가만히 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그러므로 살아있다는 것은 죽음도 함께 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쓸모없어졌다고 버려지는 모든 물건들에 애도를 표합니다.
'버림'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슬픈 일 아니겠습니까.

302moon 2007-05-1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글보다 더 끌리는!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비로그인 2007-05-1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엣, 별말씀을...(머쓱)
 



2006.07.02

나는 그때 그곳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긴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싸웠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국 끝났다.
기다리는 대상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그 시간은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고
끝을 알 수 없는 우물이 된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그 시간을 떠올리면 아득해진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때 난 그곳에서 평생을 기다렸다, 라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 그때 나는 그곳에서 평생을 기다렸다,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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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왠지 저도 훗날에 저 대사를 읊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잔잔한 피아노곡을 듣고 있는데.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는 글인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