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TV를 보던 남편이 벌떡 일어난다. 마음 먹었을 때 해치워야지. 그리고 부엌으로 가는 남편. 나는 또 졸졸 따라 나선다.

남편은 감자볶음을 하겠단다. 대학을 다니면서 간간히 자취생활을 했었고, 일본에서 일 년 여간 지낸 경험, 그리고 그 뒤 자란 대구가 아닌, 타지 생활을 한 남편이 예전의 경험을 살려 반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자 네 개, 양념장(진간장, 고추가루, 설탕, 마늘)이 전부였다. 그런데, 정말 맛깔나는 감자볶음을 해 놓았다. 친정엄마는 간장이 아닌, 그저 식용유에 볶은 노르스름한 감자볶음을 해주었던 탓에 나는 처음 먹어보는 감자 조림이 된 셈이다. 그런데, 어쩌나, 맛이 있다!

남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기도 하는데, 자기가 해도 이렇게 맛있는데, 나는 왜 그러냐는 것.

그러게.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마지막 말이 더 압권이다.

앞으로 삼개월만 더 지켜보고서, 당신 음식 안 나아지면, 서로 역할을 바꾸자. 내가 살림할게.

어?
나는 또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성이 없는 말 같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은 편하겠다 싶었으니, 나도 문제다. (내가 더 문제인가? 그럴수도;;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5-02-2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도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는것도 가히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요!..^^

실은 저도 음식솜씨가 영 꽝이어서 말입니다..
우리신랑이 더 섬세하게 잘하더군요!..그리고 요리에 취미도 굉장해서 매번 민이에게 맛있는것 좀 해먹이라고 구박하더라구요!..ㅠ.ㅠ

요리 잘하는 신랑!
때론 득이 되기도 하고 때론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디다...ㅡ.ㅡ;;

싹틔운감자 2005-02-2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남편이 심히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아무래도 더 잘 할 수 있는 비법 요리가 더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공개하지 않을 모양이에요. 버릇들이기,라든지 혹은 그렇게 주방에서 못 놓여나게 될 것을 염려하면서 말이지요^^;;;
아, 님의 남편분도 그러하시군요! 음, 요리 잘하는 신랑, 득이 되고 미움의 대상이 된다는 말, 정말 절!대!공!감! 입니다.

근데요, 요리솜씨가 나아지는 방법은 뭐 없을까요? 사실, 이건, 정말, 진지한 고민이랍니다. 음식솜씨 없는 와이프랑 살게 되었으니, 당신이 참아! 하기에 저는 조금 부족하게 뻔뻔한 듯 싶어서 말이지요;; 하, 한숨만 깊어갑니다--;;

싹틔운감자 2005-03-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올리브님! 댓글 읽고서 한참 웃었습니다. 하하
감자 대신 남자라, 흠흠 ㅋㅋ
일부러 오타 안 고칠려고요. 하하, 제가 생각해도 너무 웃긴 오타네요^^

sooninara 2005-03-0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네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처음 놀러왔어요..감자님 앞으로 자주 뵈어요..

싹틔운감자 2005-03-0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sooninara님! 남자네개가 아주 히트군요! ^^
(이렇게 되니, 효과적인 효율성을 보인 오타,가 된 셈이군요ㅋ)
님, 첫인사지요? 반갑습니다. 네, 자주 뵈어요-
참, 연두색 원피는 참 예쁘더군요!! 봄냄새가 확- 여기까지 밀려왔답니다!
 

 

  이 책은 사실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제목 그대로, 저렴한 가격으로, 휘황찬란 레시피가 아닌, 삐까번쩍 상차림이 아닌,
  말 그대로 밥상,을 위한 요리책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발휘한다. 
  음식을 잘 하거나, 혹은 살림을 오래 한 사람, 처음부터 입맛에 예민하거나, 정상적인 미(味)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위에 열거한, 음식을 못하고, 살림을 오래 하지도 않았으며, 입맛이 둔하고, 정상적인 미(味)감이 떨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이 아주 훌륭하게 쓰이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음식을 잘 한다. 나는, 결혼 전이나, 그리고 지금도, 맛 보다는 끼니를 위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 스타일. 맛있거나, 맛없거나의 개념도 별로 없는 사람.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분명 있다. 그래서 맛집이라든지, 특식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는대로 먹는 스타일,이었다는 것이 그 반증이 되겠지. 아무튼. 하지만 결혼, 그리고 살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게 큰 문제로 작용된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출신지역의 문제. 시댁은 경상도, 친정은 충청도. 일단 그 지역차가 많은 것의 갈등을 초래한다. 충청도 음식이 밍밍한데다가 딱히 맛깔스러움이 없는 특징, 경상도 음식은 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게 서른 평생을 각자의 어머니 입맛에 길들여진 나와 신랑은, 밥 상 앞에서 곧잘 우울해지곤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가 해 주던 식으로 음식을 하면, 신랑은 그게 이상한 거다. 그래서 어줍잖게 어머님 흉내를 내면, 그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맛이 나오고 나니, 큰일이어도 이런 큰일이 없는 셈.

게다, 앞서 말했듯이, 워낙에 미감이 둔하다는 사실을 나는 결혼을 하고서, 내가 음식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간을 맞추는 일조차도 못한다는 것. 그것은 다소간의 충격이었는데, 그러니까, 내 나름의 입맛, 내가 좋아하는 맛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발견이었다. 이렇게 문제적 와이프를 두었다는 걸 알아차린 남편도 기겁을 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일단은 새로운 음식보다는, 간을 맞추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자,로 방향이 잡혔다.

하긴, 따져보면 내가 하는 음식이란 별로 없다. 신랑 말처럼, 소꼽놀이 수준,이라고. 그저 해 주신 음식들을 차리는 일 외에는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국이나 찌개는 내가 해야하는데, 내가 겨우 할 줄 아는 건 된장찌개 외에는 없다. 그건 요리책을 보지 않고, 어머님에게 전수받은 방법으로. 하지만 그것도 제 멋대로, 어떤 날은 맛있고, 어떤 날은 싱겁고, 또 어떤 날은 짜기 마련이니, 고생하는 건 신랑 밖에 없다. 물론, 나 역시 죄인처럼 식탁 앞에서 고개 숙이는 날은 비일비재.

식사가 즐겁지 못하다는 건, 신랑이나 나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아무리 털털하고 소박한 입맛을 가진 신랑이지만, 매 끼니가 그렇게 좌절스럽다는 건 신랑에게도 우울한 일이다. 게다 나는 그런 신랑을 보는 일이 미안해서 어쩌지를 못한다. 그런 나에게 신랑이 말한다.

살림이나 요리라는 것이, 처음부터 잘 할 수 없고, 게다 여자들도 남자처럼 똑같이 학교 나오고, 회사생활하고서 결혼해서 처음 하는 건데, 그걸 처음부터 잘 하지 못한다고 뭐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신랑이 했던 저 말에 큰 힘을 얻는다. 그렇다. 나 역시, 신랑과 마찬가지로,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결혼을 했다. 내가 살림이나 부엌일을 해 본 경험이 없기는 신랑이나 나나 마찬가지라는 것. 그러니, 지금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좌절할 이유는 없다. 다만, 우려는, 내가 절대미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벌어오는 것을 남편의 몫으로 했다면, 살림은 분명 여자의 몫이어야 한다. 나도 그만큼의 몫을 해내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남자 친구네 놀러온 여자친구마냥, 그런 어설픈 상차림만 할 뿐이다. 그것이 우울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 책이 없어도, 거뜬히 한 끼 후딱 잘 차릴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언제까지 친정과 시댁에서 반찬을 공수해 올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하튼, 갈 길이 험난하다.

아무튼, 그래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배추속대국이라는 걸 시도했고, 순두부찌개도 따라해봤다. 계란국도 해먹어보고. 그저, 참으로 평범한 식단을 위한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찌개류, 국류, 나물과 밑반찬류, 몇 가지의 특식들. 평범한 기초 재료들을 구비해놓았다는 전제 하에, 한두가지의 재료만으로 할 수 있는 음식들. 그러니, 나같은 요리 초년생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줄 수 있다면 열 개도 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05-02-2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씽크대위...압력 밥솥 옆에 다른 요리책 몇권과 함께 늘 끼워 두고 있습니다....얼마전엔 <1000원으로 국 만들기>인가? 그책도 샀어요...^^

싹틔운감자 2005-02-2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과 함께 <2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를 구입해두었는데, 생각보다 그 책은 좀 허황된 음식들이;; 쿨럭;; <1000원으로 국 만들기>는 어떤가요? 저도 고민하는 책이라지요. 그런데요, 웃기게도, 책 제목에 1000원, 2000원, 5000원 하면, 그 책도 그 가격일 것 같은 착각에 자꾸 냉큼 보관함에 넣게 된다니까요. 아무튼, 나중에 시간 되시면 그 <1000원으로 국 만들기> 소개 좀 해주세요오!
 

 

  결혼을 생각하던 지난 가을, 나는 참 성급하게도 이 책을 주문했더랬다. 아주 얇고, 게다 페이지를 한 가득 차지하는 그림들도 많은 이 책을 직접 보고서는 조금 실망했던 듯 싶기도 하다.

  결혼을 하는 딸아이에게 엄마가 쓰는 편지 형식으로,   '충실, 양보, 현재를 즐겨라, 현명한 대나무가 되어라, 낙관주의, 섹스, 유머, 신(God), 죽음, 돈, 자존심, 함께 변해라' 로 나뉘어진 소단락의 내용은 사실 너무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뜻밖이라면 서구인의 결혼관, 가정관을 지닌 미국인의 발언 치고는 동양적(가부장적)인 냄새가 조금 짙었다고 할까. 그래봤자, 남편에게 맞춰주는 여성의 삶을 미덕으로 말하는 부분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인상은 그리 별무였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있었던가? 오늘 다시 이 책을 꺼내들고 읽으면서 나는 그런 의문을 가졌다. 기대했던 것이 커서,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별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 말이다. 오히려, 지금 읽어보니, 조금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내용의 말랑말랑함, 천편일률적인 긍정적인 삶의 아우라를 강조하는 부분이야 변함이 없지만, 부분부분 지적된 사항들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입장이 바뀐 것에서 기인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용도 짧지만, 그 짧은 내용들 중에서 내가 찾은 핵심은 이런 문장들인 것이다.

  ㅡ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네 남편의 험담을 하지 말아라. 대신 서로에게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거라. 너희 커플의 행복한 모습만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므나. (p.17)
  ㅡ 절대로 화난 채로 잠들지 말아라. (p.25)
  ㅡ 절대로 오늘 너에게 주어진 기쁨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아라. 네가 행복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하구나. (p.33)
  ㅡ 시댁 식구들에게도 똑같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도록 해라. 그 분들은 너에게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단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만큼 네 남편의 부모님도 그를 사랑한단다. 그 어떤 사람도 부모님만큼 그에게 잘 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란다. 네가 그의 인생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분들이 네 남편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p.40)
  ㅡ 작고 귀여운 장신구들과 단정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깔끔히 마무리 한 화장. 깜찍한 팬티와 브래지어도 기억하지? 네가 결혼했다고 그것들은 그냥 장롱 속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된다. 낡은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마라. (p.53) / 네가 예쁘게 네 몸을 가꾸는 것과 빨래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네 몸을 가꾸는 것에 시간을 들이도록 말이다. 이불이 조금 구겨졌다고 여자와 사랑 나누는 것을 그만두는 남자는 한 사람도 없단다! (p.55)
  ㅡ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말아라. (p.83) / 경제적 자립은 너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p.85) / 결코 너와 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 너의 품위를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여기지 말아라. (p.85)
  ㅡ 매일 하는 말 중에서 가장 행복한 말이 "나는 이제 집으로 간다"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p.98)

 

  결혼생활이, 말처럼, 이렇게 선험자의 충고와 염려를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가능한, 100% 가능한 일이라면 좋겠다. 추상적인 진술들 속에서 구체화된 삽화와 핵심은 독자의 몫으로 가지면 괜찮겠다. 행동을 유발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어떤 것이 조금 더 옳은 방법이다,라고 가볍게 보여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ㅡ 때로, 외간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외간 여자란 요컨대 아내가 아닌 여자. (p.28)
  ㅡ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p.41)
  ㅡ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 (p.48)
ㅡ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나는 남편의 머리를. 남편은 현재를, 나는 미래를, 남편은 하늘을, 나는 컵을. (p.61)
ㅡ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p.82)
ㅡ 등 뒤에서 껴안으면 남편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 외로움만이 늘 신선하다.  /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p.113)

  결혼 3년차인 에쿠리 가오리의 에세이다. 나는 오히려 책을 통해서 여자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고 할까. 나는 내가 생각한 결혼생활과 실제의 결혼생활이 그리 다르지 않았기때문이다. 친정집의 아버지와 남동생을 통해 남자,의 습성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연애 시절의 남편은 워낙에 꾸밈이 없어 결혼 후에 달라질 이유가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책은 미혼에게도, 그리고 기혼에게도(하지만 너무 오래된 기혼자가 아닌) 재미있을법한 읽을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반적인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일본이라는 특수한 상황, 화자가 작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생활적인 부분, 남-녀의 생활 등에 초점을 맞춤다면, 한국의 신혼들에게도 쉽게 비슷한 경험을 공유 할 수 있다.  

  이달로 나는 결혼한지 5개월이 되었다. 변한 것도 많고,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아 걱정인 것들도 많다. 요컨대 함부로 우울해하는 습성이 사라진 것은 변화라면 큰 변화. 나의 게으름은 고쳐져야 하는데 잘 안 되어 남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점은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아 걱정인 것. 따져보면 더 많을 것이다. 군것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거나, 문화생활을 못 하고 지내게 된 상황이나(이건, 결혼,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삶의 터전이 이동되어서일테지만), 기혼 친구들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거나(반대로 미혼 친구들과는 조금 멀어졌는가?) 하는 것들.

  사실, 또 따지고들면, 이제 갓 5개월 된 내가 결혼생활,에 대해서 운운할 수가 있겠는가. 역시나 이 책 한 권이 결혼생활(초기)의 전부를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감상적이고, 주관적이며, 협소한 보편성과 과다한 특이성이 주가 이루는 내용이지만, 간간히 고개 끄덕이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만 가지는 것이 아니어서, 행복이나 기쁨, (결혼 했음에도)슬픔이나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별 세 개 정도는 줄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일주일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세어보았더니

고정적 ㅡ 남편, 엄마와 아버지, 동생, 시어머님, 친구1
비고정적 ㅡ 친구2, 후배2,
예외상황 ㅡ 3월 중순까지 운전면허학원사람들(기사아저씨라든지, 강사 등)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남편 밖에는 없으며, 그 외에는 모두 전화 통화인셈.

평균적인 횟수로 따지자면, (통화횟수 / 일주일)
친정엄마 (5/7 : 주말엔 전화 안 하신다), 친정아버지 (1/7), 동생 (2/7), 시어머님 (3/7),
친구R (5/7 : 역시 주말은 휴무), 친구O (1/7 : 사무실의 사장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만),
후배 J와 H (1/7 : 주로 이정도의 횟수이지 싶다. 물론 이들과는 메신저 대화를 나눈다. 물론, 그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는 있지만)

학원에 다녀오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양 손을 꺼내들어, 손가락을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세어보았더니, 내가 이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열 명 전후다. 그들과 통화시간이나 횟수를 따져보다가, 조금 우울해졌던 것 같다.

물론, 한달에 평균 한 두번은 서울에 올라가 친정식구들을 보기도 하고, 후배들을 만나기도 하지만서도, 이렇게 따져보니, 폐쇄적인 사람마냥, 그렇게 협소한 거리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안 바뻐서, 힘든 일이 없으니까, 이런 일로 우울따위를 운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는, 먼 곳에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마치 유배생활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외롭기도 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5-02-2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한 초기엔 다니던 직장을 그냥 그대로 다녔더랬죠!
전 님과 반대로 식구들과 친구들과 뚝 떨어진 서울에 있다 보니...신랑이 출근한 그긴시간동안 뭘 하나? 싶어 그냥 회사를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외롭다라는 생각을 못했어요!...되려 결혼전에 자취생활을 할땐 많이 외로웠었죠!.(지금 생각하면 그때 님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껄 하고 생각해보네요^^)
헌데...민이를 가져 외근 다니는것이 넘 힘에 겨워 아이를 위해 좋은 엄마가 되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혼자 앉아 있자니 외로워 죽겠더라구요!
원래 임신을 하면 우울증이 조금씩 찾아오기도 하는데...만나는 사람 하나 없이 방안에 혼자서 신랑이 퇴근해오길 기다리는데..입도 벙긋 못해보고..ㅡ.ㅡ;;
그렇다고 배불러 밖에 나다니는것도 싫었고...ㅠ.ㅠ
지금 같았으면 배불렀어도 밖에 쏘다녔을텐데 말입니다..ㅋㅋ
암튼...그래서 당장에 밑으로 내려와 친정엄마의 따신밥을 얻어먹으며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리라 기대했건만...그게 또 내생각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친구들은 직장을 다니느라 내게 시간을 내주기가 힘들고...엄마는 또 엄마대로 사무가 바쁘셔서 동네아줌마들 만나고...동네 자녀들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바쁘고..ㅠ.ㅠ (원래 시골은 좀 동네 이웃들과의 사이가 돈독하거든요..^^)
아마도 전 그때 결혼을 하면 친구들과의 관계가 이리도 소원해지는구나~~ 라는걸 느꼈던것 같아요!....만나도 결혼전의 그 정답던 느낌이 많이 사라져감을 또 느끼구요!...^^
그러다 아이가 생기니...지금은 이생활에 아주 익숙해져버렸어요!
친구들을 가끔씩 만나기도 하고..(다들 애를 안고서 말입니다..ㅋㅋ)
집에 다녀가는 친구도 있긴 한데...이젠 서서히 친구들보다는 내아이와 내남편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고...소중하게 느껴지더이다..
지금 현재 저도 주말은 항상 시댁에 갔다가 다음 주말은 친정에 갔다 오기를 반복하고 있어요!..어른들이 손주를 보고 싶어하셔서 말입니다..
그러다 한주말은 용케 우리시간을 가지려고 사용을 해버리면 주중에 전화가 걸려옵니다...기다리시는 어르신들에겐 두주일에서 삼주일이 후딱 지나가버렸으니 다녀갔으면? 하는 전화를 주시네요..ㅡ.ㅡ;;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니....이젠 정말 친구들보다는 식구들에게 충성하게 되더라구요!..
대신...전 이렇게 온라인상에서라도 친구(?)들을 만날수 있는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싸이를 돌아다녀보아도 주부들이 오히려 홈피를 더 잘 가꾸는것 같아요..ㅋㅋ

싹틔운감자 2005-02-26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성급한 판단이고, 성급한 발언이지만, 서울은 구경할 게 많잖아요!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남편 친구 내외가 둘 다 대구 사람인데, 서울에서 신혼 생활을 했거든요. 그 집 와이프가 서울에서 외롭다고 말 할 때 말이죠. 어머나, '서울은 그래도 구경 다닐 데가 많잖아요!' 라는 말을 했다니. 요즘 생각하면, 그녀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지요. 사람이, 자기가 살던 곳이 아니면, 바로 옆동네, 옆블록, 하다못해 같은 아파트 다른 라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낯설고 싫기 마련인데 말이죠.
님도, 그런 신혼을 보내셨군요. 아,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답니다. 그러다보면, 이 낯선 도시가 그나마 조금 익숙해지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일은, 남편이 반대를 하는군요. 대학시절 이후 계속 객지생활을 한 탓에 저녁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답니다. 그럴 이유가 아니었으면 연애를 계속하지 왜 결혼을 하겠느냐,는 무서운 발언도 했었다지요(결혼 전에요). 아시다시피, 제가 일을 하면 늦은 귀가를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때 남편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마냥 행복했다지요. 그래, 남편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하지만@.@ 음식을 이렇게 못할 줄 누가 알았답니까. 아무튼요^^
그래요, 분명 외로운 신혼이기는 맞아요. 님도 그러셨고, 저도 역시 그렇구요. 그건 인정해야 할 부분이겠죠. (슬프게도 말이죠;; )
결혼을 하고나니, 친구들 만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아요. 아가도 없는데 말이죠! 계속 지방에 살고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이래저래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어요. 서울에 가는 일이 당일치기로도 가능하지만 친한 후배들은 모두 일을 하고, 그렇다고 자고 오는 일도 (신혼이니 더더욱이나) 쉽지 않고요. 게다, 친정엄마에게 무지하게 혼이 난다지요. 저번에는 이틀을 자고 가겠다고 하다가, 쫓겨나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가 생각이 더 간절한 게 말입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이래저래 이런 상황의 변화를 원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무료함을 위해 아가를 갖고 싶다는 이유는 정말 무섭고 죄가 될 이야기지만, 전혀 아니라고도 말 못 하겠다는 것이죠. 솔직히,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무엇보다도 나이,가 가장 무서워요--;;
아, 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더라, 아, 그래요, 친구들과 만나는 일. 힘들죠. 대신 저는 하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는 날이 잦답니다-_-; 결혼한 친구들은 아주 반가워하거든요^^ 이제야 대화가 통한다고 하지만, 아가가 없어서 모질게 아줌마 취급은 또 안 해줘요. -_-;; (어쩌란 말입니까!) 아무튼요. ^^

맞아요, 인터넷 친구들 때문에 그래도 즐겁습니다. 님과 이렇게 친분을 나누고 속닥이는 것도 무척 즐겁고요요오오!! ^^

아마, 그래서 이 서재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것^^; 도 분명 저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제 모습이니까요. 페이퍼 제목 좀 보세요. 제가 오죽;; 하면 이렇게 아줌마가 되고 싶다고 외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