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정기검진에서는 아가의 양쪽 손과 엄지손가락, 그리고 탯줄을 따라 아가에게 들어가는 혈액의 움직임을 보았다. 머리, 위, 등등의 모습을 초음파로 일일이 말해주었지만, 나는 실제로 내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 믿겨지고, 흑백의 움직임이 의사가 말하는 그 위치인지도 몰라(간호사가 일일이 집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갸웃, 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머리 크기와 팔 크기를 말해주면서 태아 크기로 측정한 아가의 주수는 15주,라고 말했고, 역시나 아가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다. 아가도, 양수도, 모두 이상없이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형아 검사를 위해 혈액검사도 해야했다. 결과는 오늘 오전 중에, 이사 없다는 전화 통보. 다음 검진은 7월 중순. 이제 넉달을 얼추 채워가는 셈이다. 그사이, 그렇게 시간이 지난 것이다.
입덧은 이제 완전히 가라앉았다. 대신,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식욕과 골반통증 때문에 고생아닌 고생 중. 뭐든지 잘 먹는다. 그리고 많이 먹고 싶어지는 걸 참아야 할 정도. 임신중비만,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임신 전보다 (벌써) 2kg이 는 상태. 아가 몫까지 2인분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나는 식사때마다 되뇐다. 그래도, 식욕을 참는 일이란 정말 쉽지 않다(그래서 곧잘 과식을 하는데도, 소화는 끝내주게 잘 한다;; / 배가 부른데도 배가 고픈 느낌, 내가 매일 시달리고 있는 증상이다;;)
골반통증은 가시질 않는다. 임신 초기부터 그런 증상이 나왔고, 요즘은 몸을 평균 일상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쓴 날은 여지없이 끙끙거려야 한다. 의사는 자궁이 자리를 잡는 일이라고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수 있나. 그래서 어제부터는 침대대신 거실에서 자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곧은 잠자리에서 자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허리나 골반에도 낫지 않겠나 싶다.
그 사이, 서울 친정집에 올라가 친구들도 만나고, 후배들도 만나고, 좋은 전시회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왔다. 장거리 이동은 심한 멀미와 구토를 수반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의 일정이 무척 알찼기 때문에 기꺼운 휴가였다.
더워지고 있다. 임산부는 더 덥다는데, 더위를 잘 타는데다가, 땀도 많은 체질, 임신 중이니, 더울 수밖에. 어제는 에어컨까지 틀어야했다. 이 여름 잘 이겨내야 할 것인데.
아, 그 사이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임부복은 임산부용 쫄바지 두 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냈다. 원래 박스형태, A라인의 여름 원피스가 꽤 있는 편이었고, 친구 R에게 물려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이의 면티를 입기도 하고 그런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다보니, 부러 임부복을 사 입기가 그렇다. 게다, 여름용은 배가 얼마나 나올지 감도 안 잡히는데다가, 있는 옷가지를 활용하기로 한 셈. 가을,겨울용은 친구에게 물려 받아 입을 예정이다. 다시 돌려줘야 할 임부복,이어서 깨끗이 잘 입어야 한다(품앗이,개념의 돌려입기는 참 좋다). 아무튼.
아, 전자파차단앞치마를 동생에게서 선물 받은 것도 기록해야겠구나. 성능을 가늠할 수 없지만, 비싸기도 비싼 그 앞치마를 두르고 앉아 있다보면, 은근히 마음이 놓인다.
아가 용품은 가을 무렵이 되면 살 예정으로 미루고, 태아보험은 다음달 말 즈음으로. 철분제(굳이 먹어야 한다면) 보건소를 이용하기로 잠정적 계획. 아, 운전면허는 그이의 반대로(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고. 뭐, 그렇다.
ㅡ 기록,의 의미를 가지기에는 너무 얼기설기고, 그렇다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밀린 일기 쓰듯이 자세히 쓰기도 게을러서, 참 이상한 페이퍼가 되고 말았지만, 역시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