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TV를 보던 남편이 벌떡 일어난다. 마음 먹었을 때 해치워야지. 그리고 부엌으로 가는 남편. 나는 또 졸졸 따라 나선다.

남편은 감자볶음을 하겠단다. 대학을 다니면서 간간히 자취생활을 했었고, 일본에서 일 년 여간 지낸 경험, 그리고 그 뒤 자란 대구가 아닌, 타지 생활을 한 남편이 예전의 경험을 살려 반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자 네 개, 양념장(진간장, 고추가루, 설탕, 마늘)이 전부였다. 그런데, 정말 맛깔나는 감자볶음을 해 놓았다. 친정엄마는 간장이 아닌, 그저 식용유에 볶은 노르스름한 감자볶음을 해주었던 탓에 나는 처음 먹어보는 감자 조림이 된 셈이다. 그런데, 어쩌나, 맛이 있다!

남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기도 하는데, 자기가 해도 이렇게 맛있는데, 나는 왜 그러냐는 것.

그러게.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마지막 말이 더 압권이다.

앞으로 삼개월만 더 지켜보고서, 당신 음식 안 나아지면, 서로 역할을 바꾸자. 내가 살림할게.

어?
나는 또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성이 없는 말 같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은 편하겠다 싶었으니, 나도 문제다. (내가 더 문제인가? 그럴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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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2-2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도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는것도 가히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요!..^^

실은 저도 음식솜씨가 영 꽝이어서 말입니다..
우리신랑이 더 섬세하게 잘하더군요!..그리고 요리에 취미도 굉장해서 매번 민이에게 맛있는것 좀 해먹이라고 구박하더라구요!..ㅠ.ㅠ

요리 잘하는 신랑!
때론 득이 되기도 하고 때론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디다...ㅡ.ㅡ;;

싹틔운감자 2005-02-2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남편이 심히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아무래도 더 잘 할 수 있는 비법 요리가 더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공개하지 않을 모양이에요. 버릇들이기,라든지 혹은 그렇게 주방에서 못 놓여나게 될 것을 염려하면서 말이지요^^;;;
아, 님의 남편분도 그러하시군요! 음, 요리 잘하는 신랑, 득이 되고 미움의 대상이 된다는 말, 정말 절!대!공!감! 입니다.

근데요, 요리솜씨가 나아지는 방법은 뭐 없을까요? 사실, 이건, 정말, 진지한 고민이랍니다. 음식솜씨 없는 와이프랑 살게 되었으니, 당신이 참아! 하기에 저는 조금 부족하게 뻔뻔한 듯 싶어서 말이지요;; 하, 한숨만 깊어갑니다--;;

싹틔운감자 2005-03-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올리브님! 댓글 읽고서 한참 웃었습니다. 하하
감자 대신 남자라, 흠흠 ㅋㅋ
일부러 오타 안 고칠려고요. 하하, 제가 생각해도 너무 웃긴 오타네요^^

sooninara 2005-03-0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네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처음 놀러왔어요..감자님 앞으로 자주 뵈어요..

싹틔운감자 2005-03-0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sooninara님! 남자네개가 아주 히트군요! ^^
(이렇게 되니, 효과적인 효율성을 보인 오타,가 된 셈이군요ㅋ)
님, 첫인사지요? 반갑습니다. 네, 자주 뵈어요-
참, 연두색 원피는 참 예쁘더군요!! 봄냄새가 확- 여기까지 밀려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