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TV를 보던 남편이 벌떡 일어난다. 마음 먹었을 때 해치워야지. 그리고 부엌으로 가는 남편. 나는 또 졸졸 따라 나선다.
남편은 감자볶음을 하겠단다. 대학을 다니면서 간간히 자취생활을 했었고, 일본에서 일 년 여간 지낸 경험, 그리고 그 뒤 자란 대구가 아닌, 타지 생활을 한 남편이 예전의 경험을 살려 반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자 네 개, 양념장(진간장, 고추가루, 설탕, 마늘)이 전부였다. 그런데, 정말 맛깔나는 감자볶음을 해 놓았다. 친정엄마는 간장이 아닌, 그저 식용유에 볶은 노르스름한 감자볶음을 해주었던 탓에 나는 처음 먹어보는 감자 조림이 된 셈이다. 그런데, 어쩌나, 맛이 있다!
남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기도 하는데, 자기가 해도 이렇게 맛있는데, 나는 왜 그러냐는 것.
그러게.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마지막 말이 더 압권이다.
앞으로 삼개월만 더 지켜보고서, 당신 음식 안 나아지면, 서로 역할을 바꾸자. 내가 살림할게.
어?
나는 또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성이 없는 말 같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은 편하겠다 싶었으니, 나도 문제다. (내가 더 문제인가? 그럴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