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때로, 외간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외간 여자란 요컨대 아내가 아닌 여자. (p.28)
  ㅡ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p.41)
  ㅡ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 (p.48)
ㅡ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나는 남편의 머리를. 남편은 현재를, 나는 미래를, 남편은 하늘을, 나는 컵을. (p.61)
ㅡ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p.82)
ㅡ 등 뒤에서 껴안으면 남편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 외로움만이 늘 신선하다.  /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p.113)

  결혼 3년차인 에쿠리 가오리의 에세이다. 나는 오히려 책을 통해서 여자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고 할까. 나는 내가 생각한 결혼생활과 실제의 결혼생활이 그리 다르지 않았기때문이다. 친정집의 아버지와 남동생을 통해 남자,의 습성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연애 시절의 남편은 워낙에 꾸밈이 없어 결혼 후에 달라질 이유가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책은 미혼에게도, 그리고 기혼에게도(하지만 너무 오래된 기혼자가 아닌) 재미있을법한 읽을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반적인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일본이라는 특수한 상황, 화자가 작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생활적인 부분, 남-녀의 생활 등에 초점을 맞춤다면, 한국의 신혼들에게도 쉽게 비슷한 경험을 공유 할 수 있다.  

  이달로 나는 결혼한지 5개월이 되었다. 변한 것도 많고,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아 걱정인 것들도 많다. 요컨대 함부로 우울해하는 습성이 사라진 것은 변화라면 큰 변화. 나의 게으름은 고쳐져야 하는데 잘 안 되어 남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점은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아 걱정인 것. 따져보면 더 많을 것이다. 군것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거나, 문화생활을 못 하고 지내게 된 상황이나(이건, 결혼,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삶의 터전이 이동되어서일테지만), 기혼 친구들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거나(반대로 미혼 친구들과는 조금 멀어졌는가?) 하는 것들.

  사실, 또 따지고들면, 이제 갓 5개월 된 내가 결혼생활,에 대해서 운운할 수가 있겠는가. 역시나 이 책 한 권이 결혼생활(초기)의 전부를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감상적이고, 주관적이며, 협소한 보편성과 과다한 특이성이 주가 이루는 내용이지만, 간간히 고개 끄덕이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만 가지는 것이 아니어서, 행복이나 기쁨, (결혼 했음에도)슬픔이나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별 세 개 정도는 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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