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병원에 갔을 때, 19주 라고 했으니, 이제 20주가 된 셈이다. 반 왔다.

지난 번 검진 때, 입체초음파를 봤다. 검은색으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었던 초음파와 달리, 입체초음파는 말 그대로 입체적인 아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턱과 얼굴을 보았는데, 아이쿠. 의사가 먼저 웃는다. 해골같죠? 그러게 말이다. 아직 안 커서 그렇다고, 나중에 예쁘게 보일 때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서 이번 검진에서는 사진은 없었고. 아무튼, 그 입체초음파로 입체적인 아가를 보는데,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막-

그 사이, 태동을 느꼈다.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이던가. 시장에 다녀오고서 힘이 들어 소파에 누워 있는데, 뭔가 몰캉거린다. 꼬물댄다,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분명히 그건 녀석의 움직임이었다. 나 여기 있다고. 나 숨쉬고 있다고. 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엄마들은 이럴 때 어떤 표현으로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까. 나는 어떤 말로도 설명 할 수가 없다. 그저
'아!'
라는 감탄사 외에는.
이 첫 태동의 느낌. 내 생애 첫 태동의 느낌을 평생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 순간의 그 놀라운 느낌에 대해서 말이다.

몸무게는 임신전보다 3.5kg 정도 는 상태. 단 음식들이 땡기고, (뭐, 사실 안 땡기는 음식이 없지만) 자주 먹는다. 저녁 밥을 하면서 남은 식은 밥을 주섬주섬 먹는 나를 발견하고, 다시 저녁 상에서도 한 그릇 뚝딱이다. 문제는 오전 중에는 식욕이 없다가, 해가 뉘역뉘역 질 때부터 생기는 식욕인데, 이게 야참형인간의 전형이라 문제다. 해가 지고, 야밤이 되면 끝도 없이 몰려오는 이 식욕앞에서 정말 처절해진다.

얼마전 건강프로그램에서 야참의 문제에 대해서 나왔는데, 내가 딱 그 스타일이었다. 내가 원래 날밤형인간,인지라 밤에 오래 깨어있으니까 밤에 먹는게 뭐 문제겠는가, 싶었는데 밤에 잠을 안 자면 어떤 호르몬의 부적절한 분비를 초래하고, 그것이 건강 전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를 보니,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야참이고 뭐고 간에, 밤에는 잔다, 다. 밤에 잔다. 낮에 잤어도 밤에 또 잔다. 요즘의 내가 가장 크게 길들이고 있는 내 생활은 그것이다. 밤에 잔다. 그리고 낮에 자고도 또 밤에 잔다. (안 될 것 같지만, 그게 또 되더라. 하루의 반 이상은 자는가보다. 아이쿠.)

별 다른 변화는, 없다. 철분제를 먹기 시작할 때,라고 해서 보건소를 알아봤는데 시내였고, 이 더위에 시내에 나갈 일이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그 철분제 꼭 먹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러다 비오는 선선한 어느 날, 문득 시내 나들이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약,이라는 건 화학품일진데, 그게 찜찜하다는 것이다. 변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우려가 되고 /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사람, 나다;; )

아, 임산부용 속옷,을 고르는 중. 몇몇 사이트와 친구 자문 등을 통해서 고를 예정이다. 겉옷도 겉옷이지만, 정말 문제는 속옷이다. 그걸 또 빼먹을 뻔 했네.

아무튼,
몸도 변하고, 마음도 변해가고 있다. 더우니, 에어컨은 겁도 없이 틀어대고, 태동이 느껴지면, 서로 인사 나누는 기분이 되어, 쓱, 웃으며 슬쩍 배 한 번 만져주고. 그런 나날들. 20주차. 딱 반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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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다녀갔다. 친정 엄마는
갈치조림이며, 꽈리고추볶음, 멸치볶음, 수정과와 식혜를,
서너가지의 과일과 오이 두 개, 심지어 과자 두 봉지까지 보내셨다.
갑자기 냉장고가 가득찬다.
그이는 갈치조림 하나만으로 두끼를 거뜬히 해치우고, 나는 엄마가 보낸 과자를 지난밤에 모두 먹어 치웠다.

 

*
동생이 오면서 반바지를 하나 선물했다. 내려오기 전, 여자친구와 쇼핑을 간 김에 내 생각이 난 것이고, 필요한 게 없느냐는데, 뭐 있을 게 있나. 무심히,
반바지 하나 사보라고. 남자 사각 빤스 같은 거 좋다고. 고무줄이 너무 땡땡한 거 말고, 짧아도 좋고, 집에서 입어도 좋고, 외출용으로도 좋은, 싼 걸로(말하고나니 무지 복잡한 주문이었다).
했더니만 사왔다. 베이지색에 보들거리는 면이 내가 딱 좋아할 스타일이다. 길이도 적당하고. 배를 조이지도 않는다. 집에서도, 시장에 갈 때도 편히 입겠다.
새 옷을 입으면서 라벨을 떼는데, 사이즈가 30이다.

size 30.

 내가 가지고 있는 여름 반바지가 원래 세 개가 있었다. 남색과 흰색, 그리고 숏팬츠 스타일의 베이지색. 남색과 흰색은 그냥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앞주름이 있는, 그런 반바지. 그 반바지가 허리를 조여왔던 건 여름이 시작하면서였다. 물론, 지금도 억지로 입을 수는 있지만, 숨쉬기를 포기하면 가능한 일인 것이다.
진만군이 건넨 반바지가 고무줄 바지이지만, 사이즈는 30.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반바지들의 사이즈들은 그럼 27, 28 정도였을 것이다. 아주 약간 헐렁하게 입던 반바지들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내 배가, 확실히 불렀다는 것이지.

 사실, 반바지 뿐만이 아니다. 내가 박스형 여름 원피스가 많아서 여름용 임부복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요즘 절감한다. 홀몸이었을 때 헐렁하던 원피스가 이제는
배 뿐만 아니라, 소매 진동 부분과 가슴부분이 꽉 조여서 이건 마치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옷 속에 낑겨 있는 나처럼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배만 나오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그렇게 투덕하게 살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임신 전 46~47kg이던 몸무게가 7월 중순(19주) 49.6kg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나는 치수로만 따진다면 겨우 3.5kg이 찐 것 뿐인데 어찌 몸은 그냥 3.5kg이 찐것과 다르게 변하는가. 홀몸일때와 다른 신체 변화를 나는 옷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홀몸일때 살이 찌는 경우는, 그저 바지 허리가 작아지거나, 속옷이 약간 낑기는 느낌 정도로 감지되던 일일 뿐이었다 / 게다 3kg 정도는 살 쪘다고도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다)

오늘, 잠시 외출할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흰색 원피스를 입었다. 55사이즈 박스형 흰원피스(드라이까지 예쁘게 해 놨던). 검정 볼레로와 입을 계획이었는데 오늘 거울 앞에서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배는 배대로, 앞섶은 앞섶대로. 바느질선이 터질려고 하는 것이다. 게다 걸음 걷기는 왜 그리 불편한 게야. 아니, 홀몸일때는 시원해 보일만큼 풍성했던 원피스가, 도대체 3.5kg이 증가한 임산부가 입으니 완전 완전 꽝,이 되다니.

임산부 체중 증가가 만삭일때까지 10kg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아가 무게와 양수 무게 등을 빼면, 4,5kg은 고스란히 임산모의 무게인 것이다. (그 무게를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빼지 못하면 영원히 뺄 수 없다는 전설같은 과학적 통계가 버젓이 있다)
임산부의 신체 변화상 단 음식을 땡기게 하고, 찬 것들을 먹게 하고, 또한 칼로리 자체가 높은 식사를 자주 하게 되는 것이 문제, 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체중변화에 민감해지는 건, 출산 이후의 몸매 때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소아비만이나 소아당뇨, 혹은 임신중독의 위험에서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부에 와 닿는 건, 임신중비만,과 출산후유증비만, 돌아오지못하는망가진몸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벌써무터 무섭다. 30size의 반바지가, 박스형 원피스마저도 작아지고 있는 작금의 형태가, 슬슬 벌어지는 팔자 스타일의 걸음걸이가, 정신을 차려보면 무언가 먹고 있는 내 자신이, 말이다.

내년 이맘때.
동생이 선물한 저 30size의 반바지가 커서 못 입게 될 상황,이 과연 도래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ㅡ 쓰다보니, 참 한심한 게,

이제 겨우 20주. 앞으로 20주는 더 변할 내 몸에 대한 두려움을 어찌 이길려고. 아니, 그런게 과연 그것이 '두려움'이라는 표현에 합당한 것인지. 당연한 몸무게의 증가와 체형의 변화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호들갑을 떨게 될는지. 그런 것은 생각 못하고, 그저 현실의 표상적인 것에 이리 벌벌 떠는 게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머리와 이성은 그런 것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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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9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싹틔운감자 2005-07-2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안녕하세요, 님! ^^
안그래도 속옷, 문제 많지요;; 그래서 수유브라를 골라놨습니다. 아이 키우는 친구들에게 자문 구해서, 어떤 속옷이 좋은지 이야기 들었고요^^ 임부용 속옷이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다소 갈등 중인데, 아마 다음 주 중으로는 구입할 예정입니다. 늦었다면 늦은 셈이지만요^^
세심한 관심 고마워요. 아, 임부복요? 그런데, 여름용 임부복을 구입하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맘이면 모를까,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 데다가- 음, 영 안 되면, 신랑 옷 입고^^ 쫄바지로 일괄통일할 예정입니다. ^^
겨울용은, 친구들에게 하나둘씩 받아두고 있다지요. 호호^^
더운데, 어찌 지내세요? 님의 서재 자주 가는데, 댓글 한 번 못 드렸어요. ^^ 여름, 더욱 건강하게 보내시고요! ^^
 

*
짬뽕, 혹은 찐빵.
지금 내가 머리가 아프도록 먹고 싶은 거다.

저녁에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먹자고 하면, 그이가 놀라겠지? 그보다도
하루종일 일 한 사람, 저녁도 안 차려놓고, 전단지 내밀면서 시켜먹자고 하면, 안 돼지. 벌 받지.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렸는걸.

 

*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공복시에도 배는 이제 제법 볼록하다. 허리와 엉덩이라인까지 뭉턱해진데다가, 아랫배가 봉긋. 윗배까지 투둥투둥하게 살이 올라있으니, 정말 임산부 같다.
정말 임산부 맞지, 뭐. 아직도 '정말 임산부 같다'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더 우습지만.
아무튼, 갑자기 살이 불어나는 것같은 불편한 기운은 사라지고, 그저 두둥실한 몸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16주가 되면서부터 태동을 느낀다는데, 나는 아직 못 느꼈다. 초산일 경우에는 첫번째 태동을 못 느끼기가 다반사라지만, 그래서 조금 더 있어야 잘 느낄 수 있다는데,
아쉬운 일이다. 첫 태동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는 것.
아무튼,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은, 내 몸으로 느끼게 되는 일이니. 아가가 보낸 첫 신호를 내가 놓쳤다해도, 내가 느끼는 첫 태동은 곧 올테지. 기다리는 일, 때론 무척 기쁜 일이기도 하다.

 

 *
아, 그리고 요즘은 임산부체조도 하고 있다. 자기 전에.
그래도 골반통은 제 맘대로 극성이었다가 가라앉았다가.
뭐, 골반통을 없애는 체조라기 보다는 순산을 위한 스트레칭이지만. 그것마저도 귀찮아 일주일에 두어번은 빼먹기 일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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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행복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겠는가. 누구나,에서 나 역시 제외될 수 없듯이 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일 것이고.

오늘은 일이 좀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일 있어?' 의 그 '일' . 조금 울기도 했는데, 따지면 나쁜 일도 아니다. 마땅히 겪어야 할 일이었고, 게다 이미 예상한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이미 예상한 일이어도 왜 닥치면 놀라는 것,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 사실, 그것도 이미 예상한 일이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기도 한 일인데도, 감정의 흔들림은 자발적인 무엇으로 통제할 수 없으므로, 그랬던 것이다. 

저녁에 수제비를 했다. (요즘은 감자가 땡긴다) 그런데, 식탁 앞에 앉은 그가, 수저를 들지 못한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그이가 차린 밥상을 물렀다.  입맛이 없다고. 하긴, 나도 아가가 아니었으면 똑같이 식욕이 일지 않았겠지만서도, 몸이란 때론 무서워서, 감정과 달리 먹어야 했다. 아무튼, 식사를 미룬 그이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거 처음이지? 라고 먼저 묻기도 하고. 그러나 나는 오히려 밥이 먹히는 내가 미안하다.

살다보면 이런 날고 있겠고, 저런 날도 있다. 사실, 더 어렵고 끔찍한 일도 겪으면서 살게 될텐데. 따지면 오늘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 뿐이다. 그이와 내가 괜한 엄살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곱게 자라, 지레 겁먹는 겁보들.

그런 하루였다. 장마는 소강상태, 비는 그쳤고, 해가 반짝거려 부지런히 이불빨래를 했던 날.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아픈 것보다는 조금 울어서 손해보지 않은 날, 그런 날.

 

그리고, 방금 전에 그이가 수제비를 먹었다. 데워준다는 걸 그냥 찬 걸 먹어보겠다고 한 술 뜨더니 그냥 먹겠단다. 자정이 넘어도 한참 넘은 시간.
간간한 무말랭이 한 접시를 반찬으로 식은 수제비를 먹는다. 한 그릇을 비운 그이가 웃는다.
'맛있다. 한 그릇만 더 먹자'
고 말한다. 아까 함께 먹지 않은 것이 미안하다는 듯이, 이제 지금은 나아졌다는 듯이, 이제 괜찮다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그러니 나는 그이에게 고맙다.
밥 먹어서. 잘 먹어서. 그리고 다시 웃어서.

그이가 먹는 걸 보면서, 살다보면 더 한 날도 오는 것인데, 너무 작은 일에 벌벌거리지 말아야겠다, 너무 겁보처럼 지레 놀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도 더울까. 내일도 해가 난다면, 온 집안의 방문을 활짝활짝 열고서 하루종일 환기를 시켜야겠다. 곰팡내 나지 않게, 더불어 내 가슴도 조금 열어두어야겠다. 마음의 곰팡내 피어오르지 않게. 그래서 나의 보송보송한 기운을 그이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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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5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싹틔운감자 2005-07-0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아, 님! 괜한 걱정을 드렸는가 봅니다. 나쁜 일은 아니에요^^ 흔한 말로 집안일,인데. 아, 괜한 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었네요. 이런, 제 실수네요. 님의 염려를 읽다보니, 제 가슴이 다 철렁입니다. 염려 고마워요, 님. 죄송한 마음까지 드니, 이를 어쩔까요. 아무튼, 저는, 그리고 아가는, 건강한걸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가를 가지면, 좋은 생각만 하고, 예쁜 말만 해야 한다고. 그 흔한 말이 왜 그런지,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이렇게 경험하지 못한 일은 감히 실천하지 못하니, 이 무지함을, 이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아무튼, 님의 염려 덕분에 많은 것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님. )

딸기엄마 2005-07-05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그런 집안 일이라니까 시간이 약이겠군요~ 그러면 좋은 줄은 아는데 참 힘든게 태교인 듯 싶어요. 그저 엄마가 매일매일 행복하면 아가도 그걸 알아주겠죠? *^^*

싹틔운감자 2005-07-05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안녕하세요^^ 언제나 늦은 밤에 뵙네요(사실, 저는 예전부터 님의 서재를 마실다녔던지라;; ). 그렇지요. 소소한 일상, 그리고 그런 잔잔한 하루. 흔들림없어 보이는 수면도 나뭇잎 떨어지고, 물방울 떨어지고, 소금쟁이 팔딱 뛰어오르면 자잘한 동심원 만들면서 파장이 생기듯이, 일상도 그런 것이겠죠. 사람냄새,를 맡아주시니 고마운걸요! ^^ 자주 뵈어요, 님.

지우개,님- ^^ 시간이 약! 맞아요, 그렇겠지요? ^^ 태교- 음,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식욕이 땡기고, 그래서 마다하지 않고 밥 한 공기 뚝딱 비워내는 건강함. 저의 태교는 그런 씩씩함 같아요^^ 아무튼, 염려 고마워요, 님. ^^ 따지면, 오늘은 더 행복한 날이 아니었나 싶어요. 내일은 더 행복해져야 겠습니다. ^^
 

비가 내려서 안 덥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다. 이렇게 선선할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죄다 해야 하는데(빨래를 제외하고는 모든 집안 일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 아닌가! / 이런 날 스팀청소기는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에 대해서 약간 고민이 되고), 제목 그대로
'총체적 게으름모드'가 되버렸다.
금요일 과음을 한 그이와 함께 숙취모드를 따라하며 게으름을 피운 토요일때문에, 일요일마저 그 연장선상으로.

 

*
비오는 날 시장을 보는 건 별로지만, 자두와 참외, 사과가 냉장고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반찬이 바닥이 난 셈. 시장을 마땅히 가야했던 날. 두부, 호박, 대파, 뭐 이런 것만 샀다. 도대체 무슨 반찬을 할 생각이었던게지? 아무튼, 시장을 어슬렁거리는데
찐빵,이 먹고 싶어진 것이다!
왜 만두집에서 같이 파는 그 팥이 들어간 찐빵 말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아쉬워, 아쉬워. 아쉬운대로 호빵까지 생각이 난다. 여름에 호빵이 어디 있겠는가.
찐빵, 찐빵, 하다가 핫도그 두 개 사와서 그이와 나눠 먹었다. 그래도 찐빵이 생각난다.
앙꼬(라고 말해야 제 맛이다)가 너무 달아 하나 먹고 나면 입맛 사라지는 그 찐빵!

*
총체적 게으름모드,를 탈피하는 방법이 뭐 없나, 고민중이다. 완벽한 게으름이라면 그런 고민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머릿속은 계속
아, 집이 너무 더러워-
아, 먹을 게 너무 없어-
아, 욕실 청소도 해야 하는데-
아, 침실 정리도 해야 하는데-
아, 드라이 맞길 옷도 있었는데-
아, 하필 이럴 때 리뷰가 쓰고 싶은 거야, 대체!
이러고 있다. 게다, 이렇게 안 더울 때 컴 앞에 앉아 있어야 생산적인 꼼지락을 할 수 있는데, 밀린 집안 일때문에 꼼지락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집안 일을 하자니 귀찮고, 마냥 귀찮고, 뭐 그런 상태다.
이럴 때는, 그이가 잔소리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럼 못마땅하다는듯이, 그럼 어쩔수 없다는 듯이라도 움직일텐데. 나 혼자 행동화하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하고, 심리적인 짜증만 키우는 이
'총체적 게으름모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
배가 고픈데, 부엌에 서 있기가 싫다. 해주는 밥이나 따박따박 받아먹는 일이 얼마나 그리운지(배부른 소리다;;). 문득, 친정에 갈까, 그런 해괴한 생각까지 했다. 7월 중의 전시회도 꽤 있는 편인데, 그걸 핑계로 또 서울나들이를 한다면, 너무 양심에 걸리는 일이겠지? 힐끔, 그이를 한 번 바라봤다. 천진하게 컴퓨터 앞에서 해맑게 웃는 그이를 보고 있으니, 혼자 밥먹게 할 일이 또 미안해서 얼른 마음 닫는다. 아서아서, 그냥 조신하게 집에 있자고. 하지만, 밥 해먹기가 때로는 참말 귀찮다. 밥 해먹기가 얼마나 권태로운 일인지, 요즘들어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흠. 그래도 배는 고프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부엌으로 가야지. 된장찌개를 끓이고, 부추전을 하고, 가지를 무치고, 오뎅도 볶아놓고, 두부조림도 해야지. 배고프다. 아무 하는 일 없어도 때되면 제깍제깍 배가 고파오는 것도 가끔은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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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5-07-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은 게으름 피우고픈데, 하필 오늘 약속이 잡혀 나가야 되어요,,
핑계를 대고 빠질수도 없는 몇가지 이유도 있어서,,맘 잡고 화장하고 외출해야 되어요..근데 왜 이리 귀찮은거죠?

딸기엄마 2005-07-0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 게으름이 이해되는데요 뭘~ 때론 마음가는대로 하는 것도 좋아요. 그나저나 시간되면 울리는 배꼽시계 저도 정말 무서워요~ㅠ.ㅠ

싹틔운감자 2005-07-0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 외출은 잘 다녀오셨어요? 아, 저, 님의 마음 알아요. 그런데요, 그렇게 귀찮은 외출도, 다녀와서는 '그래도 나갔다오길 잘 했어!' 라는 생각이 들곤 하던데. 님은 어떠셨어요? ^^ 아무튼, 즐거운 외출이셨기를요!

지우개,님- 안녕하세요^^ 그렇지요? 뭐, 임산부특권이라는 걸 이럴 때 생색내면서^^ 근데요, 야밤에 삘이 꽂혀서요, 반찬도 서너가지 하고, 청소도 하고 그랬답니다. 새벽이 다 되어서 잠이 든 거 있죠(누가 저를 말립니까;;). 다행히 게으름모드는 해제에요. 오늘도 조금 부지런히 (오랜만에 해가 보였기 때문에 빨래를 해야 했고, 뭐, 청소도 열심히- ) 움직였네요. ^^ 아, 배꼽시계! 그거 무섭지요^^ (저는 지금도 배 고파요;; -_-;; )

merryticket 2005-07-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외출,,,타이 식당가서 먹은건 별로 없으나 거하게 돈 내고,
커피는 만다린 호텔 가서 먹고, 수다떨고, 집으로 돌아 왔읍니다..
근데 그게 또 언제적 일인지,,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