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서 안 덥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다. 이렇게 선선할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죄다 해야 하는데(빨래를 제외하고는 모든 집안 일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 아닌가! / 이런 날 스팀청소기는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에 대해서 약간 고민이 되고), 제목 그대로
'총체적 게으름모드'가 되버렸다.
금요일 과음을 한 그이와 함께 숙취모드를 따라하며 게으름을 피운 토요일때문에, 일요일마저 그 연장선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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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시장을 보는 건 별로지만, 자두와 참외, 사과가 냉장고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반찬이 바닥이 난 셈. 시장을 마땅히 가야했던 날. 두부, 호박, 대파, 뭐 이런 것만 샀다. 도대체 무슨 반찬을 할 생각이었던게지? 아무튼, 시장을 어슬렁거리는데
찐빵,이 먹고 싶어진 것이다!
왜 만두집에서 같이 파는 그 팥이 들어간 찐빵 말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아쉬워, 아쉬워. 아쉬운대로 호빵까지 생각이 난다. 여름에 호빵이 어디 있겠는가.
찐빵, 찐빵, 하다가 핫도그 두 개 사와서 그이와 나눠 먹었다. 그래도 찐빵이 생각난다.
앙꼬(라고 말해야 제 맛이다)가 너무 달아 하나 먹고 나면 입맛 사라지는 그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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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게으름모드,를 탈피하는 방법이 뭐 없나, 고민중이다. 완벽한 게으름이라면 그런 고민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머릿속은 계속
아, 집이 너무 더러워-
아, 먹을 게 너무 없어-
아, 욕실 청소도 해야 하는데-
아, 침실 정리도 해야 하는데-
아, 드라이 맞길 옷도 있었는데-
아, 하필 이럴 때 리뷰가 쓰고 싶은 거야, 대체!
이러고 있다. 게다, 이렇게 안 더울 때 컴 앞에 앉아 있어야 생산적인 꼼지락을 할 수 있는데, 밀린 집안 일때문에 꼼지락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집안 일을 하자니 귀찮고, 마냥 귀찮고, 뭐 그런 상태다.
이럴 때는, 그이가 잔소리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럼 못마땅하다는듯이, 그럼 어쩔수 없다는 듯이라도 움직일텐데. 나 혼자 행동화하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하고, 심리적인 짜증만 키우는 이
'총체적 게으름모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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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데, 부엌에 서 있기가 싫다. 해주는 밥이나 따박따박 받아먹는 일이 얼마나 그리운지(배부른 소리다;;). 문득, 친정에 갈까, 그런 해괴한 생각까지 했다. 7월 중의 전시회도 꽤 있는 편인데, 그걸 핑계로 또 서울나들이를 한다면, 너무 양심에 걸리는 일이겠지? 힐끔, 그이를 한 번 바라봤다. 천진하게 컴퓨터 앞에서 해맑게 웃는 그이를 보고 있으니, 혼자 밥먹게 할 일이 또 미안해서 얼른 마음 닫는다. 아서아서, 그냥 조신하게 집에 있자고. 하지만, 밥 해먹기가 때로는 참말 귀찮다. 밥 해먹기가 얼마나 권태로운 일인지, 요즘들어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흠. 그래도 배는 고프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부엌으로 가야지. 된장찌개를 끓이고, 부추전을 하고, 가지를 무치고, 오뎅도 볶아놓고, 두부조림도 해야지. 배고프다. 아무 하는 일 없어도 때되면 제깍제깍 배가 고파오는 것도 가끔은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