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생각하던 지난 가을, 나는 참 성급하게도 이 책을 주문했더랬다. 아주 얇고, 게다 페이지를 한 가득 차지하는 그림들도 많은 이 책을 직접 보고서는 조금 실망했던 듯 싶기도 하다.
결혼을 하는 딸아이에게 엄마가 쓰는 편지 형식으로, '충실, 양보, 현재를 즐겨라, 현명한 대나무가 되어라, 낙관주의, 섹스, 유머, 신(God), 죽음, 돈, 자존심, 함께 변해라' 로 나뉘어진 소단락의 내용은 사실 너무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뜻밖이라면 서구인의 결혼관, 가정관을 지닌 미국인의 발언 치고는 동양적(가부장적)인 냄새가 조금 짙었다고 할까. 그래봤자, 남편에게 맞춰주는 여성의 삶을 미덕으로 말하는 부분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인상은 그리 별무였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있었던가? 오늘 다시 이 책을 꺼내들고 읽으면서 나는 그런 의문을 가졌다. 기대했던 것이 커서,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별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 말이다. 오히려, 지금 읽어보니, 조금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내용의 말랑말랑함, 천편일률적인 긍정적인 삶의 아우라를 강조하는 부분이야 변함이 없지만, 부분부분 지적된 사항들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입장이 바뀐 것에서 기인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용도 짧지만, 그 짧은 내용들 중에서 내가 찾은 핵심은 이런 문장들인 것이다.
ㅡ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네 남편의 험담을 하지 말아라. 대신 서로에게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거라. 너희 커플의 행복한 모습만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므나. (p.17)
ㅡ 절대로 화난 채로 잠들지 말아라. (p.25)
ㅡ 절대로 오늘 너에게 주어진 기쁨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아라. 네가 행복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하구나. (p.33)
ㅡ 시댁 식구들에게도 똑같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도록 해라. 그 분들은 너에게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단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만큼 네 남편의 부모님도 그를 사랑한단다. 그 어떤 사람도 부모님만큼 그에게 잘 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란다. 네가 그의 인생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분들이 네 남편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p.40)
ㅡ 작고 귀여운 장신구들과 단정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깔끔히 마무리 한 화장. 깜찍한 팬티와 브래지어도 기억하지? 네가 결혼했다고 그것들은 그냥 장롱 속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된다. 낡은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마라. (p.53) / 네가 예쁘게 네 몸을 가꾸는 것과 빨래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네 몸을 가꾸는 것에 시간을 들이도록 말이다. 이불이 조금 구겨졌다고 여자와 사랑 나누는 것을 그만두는 남자는 한 사람도 없단다! (p.55)
ㅡ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말아라. (p.83) / 경제적 자립은 너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p.85) / 결코 너와 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 너의 품위를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여기지 말아라. (p.85)
ㅡ 매일 하는 말 중에서 가장 행복한 말이 "나는 이제 집으로 간다"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p.98)
결혼생활이, 말처럼, 이렇게 선험자의 충고와 염려를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가능한, 100% 가능한 일이라면 좋겠다. 추상적인 진술들 속에서 구체화된 삽화와 핵심은 독자의 몫으로 가지면 괜찮겠다. 행동을 유발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어떤 것이 조금 더 옳은 방법이다,라고 가볍게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