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동생은 태몽이 없다. 친정 엄마나 아버지, 어떤 분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없다고 했다. 아쉽지만, 나와 내 동생은 그랬다.
오전에 시약테스트를 하고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는 날 오전, 절친한 친구 R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 대뜸 수화기 너머로 좋은 소식 없느냐 물었다. 꿈에 커다란 밤 두 알을 품에 안았다고, 자기 주변에 나 외에는 없다 한다. 아이쿠, 어찌나 놀라웠던지. 나는 그래서 결국, 남편도 아닌, 친정식구나, 시댁식구가 아닌 친구 R에게 처음으로 아가 얘기를 꺼냈다. 안그래도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그러니, 아가 소식은 나 외에에 그녀가 세상에서 두번째로 들은 주인공이 된 셈이다.
그 무렵 내 생일이 있었는데, 예전 가르치던,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된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생일 축하 문자와 함께 좋은 소식 없느냐 묻는다. 왜? 답문을 보내니, 얼마전에 아주 크고 반짝이는 고래를 품에 안았다고, 선생님 아가 소식 아니냐고 묻는다. 이런, 이제 겨우 스물하나 아가씨에게도 태몽선물을 받게 되다니. 누구보다도 태몽을 꾸어줬다면서 녀석이 좋아한다. 돌고래,라- 나도 많이 웃었다.
며칠 뒤 아주버님에게서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미혼이신 아주버님이 신랑에게 아가 소식없느냐고 먼저 물으셨단다. 들어섰다고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며칠 꿈에 커다란 나무에서 커다란 과일을 따는 꿈을 꾸었다고 하신다. 비슷한 꿈을 여러번이나 꾸셨다고. 그렇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 무렵 시댁 제사가 있어 시댁에 갔다가 태몽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님은 아가 소식 있을 즈음에 아주 빨간 사과를 손에 쥐셨다고 한다. 무척 크고, 그 어떤 색깔도 포함되지 않은 커다랗고 아주아주 빨간 사과였다고.
그러자, 곁에서 얘기를 들으시던 아버님이 아가를 가질 무렵에 꾸는 것이 태몽이라며 어머니 꿈을 슬쩍 무시하신다^^ 대신 할머님께서 그 즈음(아가를 가질 즈음) 꿈에서 물고기를 몇 번 봤다면서 아가 소식을 물으셨다는 얘기를 꺼내신다. 그러면서 아버님은 할머님의 꿈이 태몽이라고 일축에 확정.
집안에 첫번째 며느리이고, 첫번째 아가를 맞이하는 일. 시댁 식구들, 내 친구와 나와 돈독한 지인에게서 듣는 태몽이야기. 어떤 것이 진짜 태몽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가 소식에 맞춰 덕담을 나눠준 모든 분들의 애정이 아닐까, 그런 사랑의 표현이 그런 꿈의 형상으로 나에게 되돌아온 것은 아닌가 싶어 기쁘다.
친구 R은, 도대체 어떤 아이이길래 이런 요란뻑적한 태몽을 꾸게 하느냐 하는데, 무엇 하나 나의 아가의 태몽이라는 마음이 없어도, 그저 그들의 마음씀씀이, 기꺼이 당신들의 길몽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마음에 나는 그저 고맙고 기쁠 뿐이다.
물고기, 반짝이는 돌고래, 탐스럽고 반짝이는 밤 두알, 커다란 나무에서 딴 아주 빛깔 좋은 과일, 새빨갛고 윤기나는 사과 하나, 모든 사물들이 나에게는 그저 감격스럽다. 이 연관성 없는 사물들과 꿈의 조짐들로 아들이냐 딸이냐를 점찍는 것이 아니라, 모두 그렇게 예쁘고 좋은 모양의 사물들, 그것을 닮은 총명하고 예쁜 아가가 되기를 바라는 기원, 나의 마음도, 내가 받은 태몽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