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시어머님에게서 고속버스택배로 한보따리를 받았다.
직접 키우신 상추, 쑥갓, 숙주나물에, 직접 캐신 산더덕에 대여섯 가지 산나물, 돌미나리까지.
저녁에 데워 먹으라고 요리 다 된 매운탕도 들어있고, 두서너가지 밑반찬도 들어 있다.
아, 덩어리 소고기도 한웅큼.
음식들이 상하거나 시들까봐 군데군데 얼려놨던 떡 두어가지를 촘촘히 박아놓으시기까지. 떡 찍어 먹으라고 콩고물까지 따로 챙겨 보내시고.

보자기를 풀으면서 시큰해졌다. 당신 자식, 당신 자식과 부대끼며 사는 며느리 먹으라고 그걸 손수 꼼꼼히 싸 보내셨을 어머님 생각에. 그러면서도 어머님은 '내가 가까이 있으면 다 해줄낀데, 괜히 니만 고생시키는갑다-' 라고 오히려 미안해하시기까지.

이 맛난 걸 열심히 먹는 일, 그것이 어머님에게 감사한 마음의 보답(이것밖에는 못하다니!)이겠지.
한동안 풍성한 식탁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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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5-2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어머님이 참 자상한 분이신데 감자님의 마음을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싹틔운감자 2005-05-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저희 어머님 참 자상하세요. 언제나 자식 위주로 생각을 해주시니, 사실 그것이 가장 큰 감사함이죠. 며느리도 귀하다고 늘 애지중지, 어쩔 줄 몰라하시니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제가 복이 좀 많은 거 같아요. 적어도 시댁어른들 때문에 늘 행복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