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그를 외출시키고 나는 서재에 틀어박혔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아 반복적으로 나오는 에릭사티와 이사오 사사키의 멜랑꼴리한 음악, 약간 우중충한 하늘, 이런 오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나 먹자고 친구가 전화해주면 좋겠는 오후. 그런데,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으니, 혼자 상상하면서 칼국수와 함께 먹는 김치 생각에 혼자 입맛만 다신다.
그러다 오래 참았던 커피 한 잔 그 몰래 마시는 이 즐거운 비밀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