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을 읽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했다. 믿음직한 장르문학을 읽고 싶었고, 그런 연유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단 한 권 밖에 안 읽어봤지만 그 한 권으로 믿음직스러운 작가 반열에 올라간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절벽의 밤]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옳았다. 편안하게 후루룩 읽을 수 있으면서 신선함과 즐거움, 놀라움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절벽의 밤]은 연작단편소설이다. 때문에 편안하게 후루룩 읽을 수 있으며 배경이나 인과관계가 얽혀있는 연작단편 특유의 친숙함과 완전히 개별적인 네 가지의 사건으로 연작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두 가지의 즐거움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결말까지 다 읽고나면 어쩐지 모든 단편들이 하나로 이어져있는 장편소설로 느껴지기도하는 놀라운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그림이 단순히 책의 심심함을 줄여주는 장치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여기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있다. 이 그림까지가 하나의 스토리인 것이다.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놀라운데 글로 시작해서 그림으로 마무리하는 방식 또한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나는 [절벽의 밤]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 읽기 전으로 되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 다시 읽고 싶기 때문이다.

-[절벽의 밤]을 읽으며 새삼스레 다시한 번 김은모 번역자님에게 푹 빠지게 되기도 했다. 누구나 말하듯 나또한 방심하고 무심코 넘겼던 페이지를 옮긴이의 말을 읽고 다시 되짚어봐야 했다. 이때 느낀 전율이 아직도 몸 속을 관통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해설을 쓸 수 있는 번역자님에게 박수를 건네며, 이 작품을 손에 쥐게 된다면,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