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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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종이책으로 한 번 읽어본 작품인 [아마 사랑일지도] 밀리의서재에 오디오북이 있길래 망설임없이 듣기 시작했다. 작품이 워낙 좋았기에 오디오북 퀄리티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성우분도 좋았고 음향도 좋았다. 과하지 않게 작품과 적절히 어울려서 딱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에도 즐거이 읽었었는데, 오디오북으로 재차 들으니 이제서야 이 작품을 제대로 맛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깊이와 작가의 의도같은 것들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아마 사랑일지도]는 표제의 작품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랑과 거기서 파생되는 절망의 감정들이 꾹꾹 응축되어 담겨져있는 작품집이었다.

-[아마 사랑일지도] 어느날 지금은 결혼한 옛 연인과 재회하게 된 주인공. 인간을 혐오하고 귀찮은 것은 질색하는 주인공에게 그녀는 단지 매주 찾아오는 손님일 뿐 깊은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 사이에 주인공은 혼란을 느끼게 되고,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던 주인공은 작품 말미에 비로소 ‘아마 사랑일지도‘모른다고 깨닫게 된다.
[그 1년] 한 밴드부의 보아(잡일을 도맡아주는 소년)로 근무하던 주인공은 밴드의 리더로부터 드러머가 갑자기 그만두었으니 드럼치는 시늉만 해줄 수 없겠느냐고 묻고, 얼결에 무대에 서게 된 주인공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이남자 저남자에게 달라붙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늘 한 명의 남자와만 춤을 추는 정적인 스타일의 여성. 주인공은 그녀에게 홀딱 빠지고만다. 주인공은 그 후 이런저런 사건 속에서 보아일을 짤리면서 그녀와 두 번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된 것에 절망하면서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기원한다. 주인공은 치열한 삶 속에서 한줄기 희망과 비슷했던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과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나가버린 순간을 회고한다.
[연기의 끝] 오래된 친구이자 같은 극단의 배우가 자살한다. 행복해보이기만하던 그녀의 삶을 생각하며 주인공은 복잡한 심경을 품게 된다. 그러다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진실 된 삶을 마주보고 되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과 이유와 결과를. 제목 자체로 전율이 일어나는 작품이다.
[예감] 아내와 여행중 불길한 예감을 느낀 주인공은 아내에게 버스에서 내리자고 애원한다. 예감은 정확하다. 다만 인간의 예단이 잘못되었을 뿐이라 말하는 작품.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다.
[여름의 장례 행렬] 오랜만에 방문한 시골에서 마주친 장례행렬. 항상 주인공을 옥죄던 기억이 퍼뜩 떠오르고 만다. 인간이 죄책감을 대하는 태도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작품. 짧은 글인데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일그러진 창문] 뭐라 콕 찝어서 말하기 어려운 놀라움과 신선함, 짜릿함과 충격과 슬픔이 한 번에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느 드라이브] 사랑과 배신, 복수를 스릴있게 담아낸 작품. 마지막 결말까지 의미심장하면서 톡 쏘는 맛이 즐거운 작품이었다.

-야마카와 마사오는 쇼트쇼트의 대가라고한다. 대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아마 사랑일지도]에 담긴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짧은 글 속에 다 담길 수나 있을까 싶은 많은 내용들이 가득가득 담겨져있다. 특이 작품이 짧으면 짧은 수록 진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가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젊은 나이에 요절하여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이 작품들이 기억에서 잊혀질 때 즈음에 또 다시 이 책을 집어들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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