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정도 에세이를 들었더니 이제는 소설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땅히 이거다 싶은 소설이 없어서 애거서 작품 중 가장 아껴두었던 <커튼>을 들었다. 위대한 푸아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 아껴두었던 것인데, 푸아로 시리즈의 시작과 끝이 같은 배경이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또 시리즈 주인공이 작품 속에서 죽는다는 것이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새로운 충격이라 더 욱 소중하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더욱 강렬하고 짜릿한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나이가 들면서 몸이 쇠약해진 푸아로는 요양을 한다며 헤이스팅스를 스타일스 저택으로 부른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스타일스 저택에 도착한 헤이스팅스는 푸아로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며 용의자가 뚜렷한 여러건의 사건들이 전부 한 명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이며 그 범인이 현재 이 저택에 있다며 몸이 불편한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달라는 이야기다. 헤이스팅스는 푸아로가 몸뿐만 아니라 뇌세포도 망가진게 아닐까 의심하지만, 일단은 그의 말을 믿기로 한다. 푸아로는 범인의 위험성을 몇 번이나 강조한다. 이윽고 스타일스 저택에 뒤숭숭한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고, 끝내 푸아로가 숨진채 발견된다.나이가 꽤 많이 들었음에도 여전히 푸아로는 영리하고 현명하고 헤이스팅스는 조급하고 단순한 성격으로 독자들은 그들의 티격태격을 바라보며 슬며시 웃음을 짓게 된다. 이런 매력과 더불어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발생되면서 순식간에 독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범인의 의도나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끝끝내 푸아로의 죽음까지 겹치면서 롤러코스터는 한없이 위로 올라가기만 한다. 그러다 마지막장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여러가지로 경악할 수 밖에 없게 된다.-푸아로가 가공의 인물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커튼>에서 그가 죽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어지질 않는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까지 그다웠다. 헤이스팅스와 독자들을 제대로 골탕먹이기 때문이다. 결국 푸아로는 우리에게서 멀리 떠나갔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었지만 <커튼>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