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무엇을 들을까 고민하다 제목과 표지디자인 만으로 선택하게 된 <굿모닝 미드나이트> 솔직히 넷플릭스 표시도 한 몫 거들었다. ‘원작 소설’이라는 타이틀은 결국 누군가가 영상으로 만들 만큼 재미있다는 보증서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듣기 시작한 책은 생각 이상으로 걸작이었다. 오디오북 퀄리티도 좋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차단당했을 때의 좌절과 공포 그리고 같은 듯 다른 두 이야기의 교차가 여러 시사점을 제공해주며 깨알같은 반전 포인트에 결말까지 은근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환상적이면서도 잔인한 소설이었다.-이 이야기는 지구에 종말이 찾아온다면? 이라는 큰 질문을 앞세운다. 스펙터클한 장면도, 누군가의 욕심이나 실패도 없이 조용히 찾아든 종말을 이야기 한다는게 우선 새롭다. 종말을 이야기한 책은 많지만 이런식으로 이야기한 책은 없기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 과정이 아닌 결과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아 남은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라는 두 번째 질문이 <굿모닝 미드나이트>의 정체성이다. 그것도 그들을 처절한 외로움 속에 가둠으로써 위험한 상황도, 놀라운 사건도 서술하지 않고 가장 잔인하게 첫 번째 질문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갑작스러운 상황속에 본의아니에 남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과연 본인들의 생존을 기뻐할까?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사람이 있다. 한 인간은 지구에서 스스로 선택한 고독 속에 갇혀 외로움을 부정하다 결국 백기를 들고 사람의 온기를 찾는다. 다른 한 인간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 우주로 갔고 곁에 동료들이 존재하지만 가족의 생사는 모르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을 이겨내려 발버둥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괴로워한다. 지구에서는 꿈을 꾸고 우주에서는 현실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서로 다른 듯 같은 상황이 오버랩 되면서 더욱 많은 생각이 독자들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그립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바란다. 불확실한 두려움 속에서 그들에게 가장 강렬한 희망이자 동시에 공포가 되는 것은 ‘인간’ 인 것이다. 온전히 혼자남아 스스로의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타인과 살을 부딪히며 함께 살아 숨쉬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타인들을 생각한다. 온전히 혼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도, 인류를 위해 혼자이길 선택한 사람도 결국 다른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고독’을 ‘고립’된 상황으로 바꿈으로써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지구의 종말을 독자들이 깊숙이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열린 결말로 그들에게 종말이 아닌 미래가 있기를 마지막까지 은근한 기대를 하게 만들며 끝까지 조용히 파괴적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결국 인간은 멀쩡한 정신으로는 오랫동안 온전히 혼자일 수 없는 생명체라는 것.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전해준다. 지구의 종말이라는 큰 틀도, 관계의 중요성이라는 작은 틀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깨알같은 반전 포인트도, 열린 결말로 그들의 공포가 계속되거나 혹은 그들이 잘 되기를 은근히 바라게 만드는 것도. 여러면에서 많은 생각거리와 동시에 재미를 전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