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정신적으로 피폐하던 신체적으로 고통스럽던 혹은 그 둘 다던 어떤 이유에서건 책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억지로 읽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에 한 줄이라도 읽지 않으면 그건그거대로 또 우울하다. 그럴 때는 가볍게 읽기 좋은 ‘이야기’들을 손에 잡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해석이나 의미부여 없이 글자 그대로 지나가면 끝나는,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이야기들을. 이럴 때는 특히 무서운 이야기가 적당하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는 이럴 때 읽기 위해 저장해뒀던 <일본 도시 괴담 1,2>을 이번에 한동안 아파서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별 기대 없이 펼쳐들었는데, 꽤나 퀄리티가 좋아서 성인들이 읽기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니북으로 송준의의 <무서운이야기> 시리즈를 세트로 구입해 읽고 소장할 정도로 이 분야에 진심이다. 어렸을적 문구점에서 팔던 작은 책자도 전부 다 모았을 정도고(몇 번의 이사 도중 언젠가 사라져 버렸지만..) <무서운게 딱! 좋아!> 시리즈를 친구들에게 빌려줬다 되찾지 못해 아직까지도 아쉬워하는 중이다.(지금은 절판 된 듯..) 블로그에는 비공개 게시글로 600여개의 이야기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 분야를 사랑하는 만큼 잘, 그리고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한국같은 경우 괴담이 유치뽕짝 이상으로 못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게다가 군대 이야기가 그 40%는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괴담이라하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인터넷 괴담도 그럴싸해서 괜히 주방 싱크대나 장롱을 열어보게하는 매력이 있다. 2ch라는 사이트에서 태어난(?) 매력적인 이야기도 많고. 그래서 사실 ‘일본’ 도시 괴담이라고 해서 기대감이 살짝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뭐 결국은 혼자만의 은밀한(?) 취미생활 중 하나라는 말씀.(실제로 요즘도 잠이 안오면 주로 공포 이야기를 찾는다. 보고나면 잠이 잘와서..ㅎ) 그래서 사설이 몹시 길었다. 그리고 결론은. 꽤나 퀄리티가 좋아서 기대 이상이었다는 말씀.



-일단 문장이 자연스러우며 오타인지 뭔지 모를 단어 오류도 없어서 이것만으로 퀄리티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작가들의 짧은 소설을 읽는 느낌. 거기다가 이야기 선정도 억지스럽거나 흔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꽤나 진지하게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무서웠냐고 묻는다면 노코멘트하겠다. 사람에 따라 무서워서 못읽을 수도? 아참 <일본 도시 괴담>에는 중간중간 일러스트?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마저 퀄리티가 좋았다. 이미지는 꽤나 무서우므로 읽기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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