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교차하고 계속 갈라져나간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언제 어디에서 태어나고 누구를 만나고 하는 거, 싫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날부터 내내 죽음을 생각해왔어. 산다는 것이 너무 두렵고 겁이 났어. -장르문학 애호가 인친분들이 많이 읽던 <야시> 사실 호기심이 생겼음에도 표지 디자인이 안예뻐서 읽지 않고 있었는데, 밀리의서재에서 발견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책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이직 후 도저히 독서시간이 나질 않아서 짬짬히 읽었는데도 기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당분간은 서평이 굉장히 드문드문 올라올 듯 싶다. 아무튼 읽어보니 호러 소설이 아니라 환상소설이었다. 어떻게 보면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심어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보편적인 공포심이 아닌 호불호가 갈리는 공포심이다. -두 개의 중편이 실린 소설집인데, 두 작품의 결이 굉장히 흡사하다. <바람의 도시>는 도심 속 시공간이 뒤틀린 곳을 통과하면 일반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고도라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은 죽은자들이나 신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초등학생인 주인공이 이 또 다른 세계인 고도에서 겪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야시>또한 선택받은 몇몇만이 갈 수 있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곳. 물건을 사지 않은 채 시간이 초과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야시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특별한 것들이며 그만큼 가격이 비싼 것들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야시로 향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 두 작품 모두 평범한 사람에게는 열리지 않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늘하면서 호기심이 생기는 동시에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많지만, 누군가 그중에서 특색있는 작품을 뽑으라 한다면 독자들은 망설임없이 <야시>를 뽑을 것이다. 흔한 주제를 가지고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호러보다는 환상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호러매니아인 사람들은 이게 왜 호러지? 라며 고개를 갸웃하게 될 테니까. 환상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라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읽고 많이 쓰려고 이전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 (책이 멀어지니 삶이 너무 우울한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