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밝고 경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선택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무려 8년 전에 읽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는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더 설레였다. 마치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오디오북은 들으면 들을 수록 신기한 것이 여러명이 아닌 단 한 명의 성우분이 낭독하여 같은 목소리라도, 등장인물의 특색에 맞춘 연기에 어느 누가 말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매번 성우라는 직업의 대단함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특히나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많은 이 도서에서 성우분의 연기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다시 읽어도 이 책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것에 큰 경탄을 하게 된다. 스케일이 정말 어마무시하고, 그말인즉 배경 공부도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긴데 다시봐도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역시. 유쾌하고 밝은 이야기라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8년 전에는 그저 재밌다- 정도로 읽었던 것 같은데,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그런지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제대로 듣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뒤로 돌아가야 했다. 이만한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들어있다니 경탄을 절로 하게 되면서도 ˝아니 이런 글을 써도 되는거야?˝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다. 사실과, 실제를 비꼬아 비난한 이야기들이 적절히 섞여서 독자들은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세계각국의 나라의 중요한 시점에 주인공인 알란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 놀라움과 재미는 두 배가 된다. 알란이 젊은 시절에 겪었던 파란만장한 사건들과 경찰에게 쫒기는 현재의 이야기가 적절히 왔다갔다 하면서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만한 일들을 겪어온 노인의 입에서는 어떤 말이 흘러나올까. 그건 바로 ˝이또한 지나가리라˝이다. 많은 일들을 겪고 (강제 노동 수용소에도 갇히고) 100세까지 살아온 노인의 지혜로운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삶은 계속 될 것이고, 힘든 일은 언젠간 지나가 과거의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또 다른 시련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재미와 놀라움. 역사적 지식이 미약한 무지의 부끄러움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동시에 어쨌든 밝고 경쾌하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다. 언제 읽어도 큰 스케일에 놀라면서도 페이지나 오디오북 플레이 시간이 굉장히 긴 편인데도 불구하고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웃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에 다다라있기 때문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가끔씩 열어보면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