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의 중독에 가까운 상태다. 새로운 오디오북을 고를 때 망설임 없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 골랐으며, 그 중에서 아직 종이책으로 읽어보지 않은 작품인 <비뚤어진 집>을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종이책을 읽기 전에 오디오북으로 먼저 접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인데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그녀의 작품 중에서 고전적인향기가 가장 짙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들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의 퀄리티는 뭐 계속 언급하기 손가락만 아프다만 굳이 다시 말하자면 눈감고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한 쌍의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만나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날 그가 결혼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지 재차 확인하자, 그녀는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이며 가족 구성원 모두가 용의자이기 때문에 지금 결혼하면 당신의 명예에 먹칠을 하게 되며 따라서 사건이 완전히 해결 된 후에 결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녀 스스로 ‘비뚤어진 집‘이라고 표현한 곳으로 직접 가서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루 빨리 범인을 잡기위해 노력한다.-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그녀의 작품중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 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탐정도 경찰도 아닌 주인공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사건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주인공은 사실상 아무런 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건을 바라보며 모두에게 이야기를 듣고 모두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있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추리하는 재미보다는 그저 그가 겪는 상황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매우 고전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딱이다. 셜록홈즈와 결이 굉장히 비슷하다. 애거서의 작품을 읽으면서 고전적인 향이 짙다고 느낀 것은 <비뚤어진 집>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재미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다소 루즈한 느낌은 있었지만 구성원들의 마음 속 이야기나 심리적인 것들에 대해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잔잔한 반전이 (아마 범인을 맞춘 독자들이 많을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 없었기에) 존재하고, 살인의 동기에 담겨진 심리적 작용에 혐오감이 생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말이 조금 슬프다는 느낌이 들면서 애잔하다는 감정까지 생기기에 다소 루즈하면서도 스토리적 재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장르문학 매니아라면, 가끔씩 고전문학도 찾아서 고전 특유의 오래된 향과 루즈함을 즐길 것이다. 그렇기에 고전적인 향이 짙다는 것이 결코 비판은 아님을 잘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 된지 오래 되었으면서도 현대물과 다를바 없는 강렬함만을 준다는 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셜록홈즈를 읽는다. 자극적인 것들에 지쳐있을 때 담백하게 즐기기에 고전 작품들만한 것이 없다. 깔끔하고, 뒤탈이 없으니까. 이제 그녀의 작품 중 고전물이 땡길 때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 생겨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