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나일강의 죽음>이 영화로 개봉 되면서 때에 맞춰서 그녀의 작품 몇 개가 한 번에 오디오북으로 출시 되었다. 밀리의 서재에도 올라와서 당연히 바로 듣기 시작했다. 정말 황금가지의 마케팅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밀리에 황금가지의 도서는 한 권도 없었는데, 이번에 오디오북만 올라와서 듣고 책을 따로 구입해서 읽게되는 독자들도 생길 것이라 확신하면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다른 작품들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가장 먼저 읽은 이유는 내가 최초로 읽은 애거서의 작품이자 그녀의 최고 걸작이며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 ‘이 작품 안 본 눈 삽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의 작품이니 가장 먼저 들어보고 싶었다. 근데 진짜 미쳤다. 성우분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배경음악하고 효과음이 눈 감고 영화를 보는 수준의 퀄리티였다. (여담이지만 너무 감동해서 다음 오디오북도 애거서의 작품으로 듣는중인데 역시나 대박이다.)-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확실히 새롭다. 생동감 넘치는 연기에 장면장면이 놀랍도록 현실감이 느껴지고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가슴에 그대로 와서 박힌다. 마치 현실에서 내가 직접 느끼는 것 처럼. 긴장감과 흥미가 두 세 배는 올라간다. 내가 이 작품을 읽지 않고 들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아쉬웠다. 또 책을 읽은 후 오디오북을 듣는 것 보다 오디오북을 들은 후 책으로 다시 읽는 편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결말을 알고 들었기 때문에 결말은 조금 시들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열 꼬마 병정을 살인에 대입한 부분은 다시 봐도 짜릿하다. 새삼스럽게 또 다시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직 읽지 않은 눈 삽니다!-이름들이 낯설 수 밖에 없는 나라의 도서를 들으니 오디오북의 단점이 더 확실히 드러난다. 책으로 읽을 때는 이 인물이 이 인물이었나? 싶으면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읽으면 되는데, 오디오북은 그게 정말 어렵다는 것. 몇 번이나 하던 일을 멈추고 5초 되감기를 열정적으로 누르며 읽었다. 한 번 겪어보니 다음 작품을 들을 때는 인물 소개에서는 초집중해서 들었다. 한 번만 제대로 들어두면 덜 헷갈리기 때문에.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해서 그런지 애거서 작품들은 하나같이 러닝타임이 굉장히 길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역시 명작은 (특히 반전소설의 경우 더욱더) 책으로 읽는 재미를 이길 수가 없는 것 같다. 놀라운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복선이 깔렸던 장면은 되돌아가서 다시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영상미와 사운드적인 감동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어떤 매체로 접해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명작은 명작이다. 일단 즐기고, 책으로 한 번 더 즐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