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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저택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이기 시리즈로 알게 된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 동화 속 세계관을 활용한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작품 속에서 두 세계를 연결한 방식이 흥미로우면서, 탄탄한 복선과 서서히 올라가는 고조감. 거기에 기대를 꺽지 않는 반전까지. 이제 두 작품을 읽었는데 두 작품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자연스럽게 저자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밀리의서재에서 저자의 단편집 <육식저택>을 발견하고 장르물이 읽고 싶을 때 바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난해하다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읽었는데, 뒤로 갈 수록 재미있어서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작가는 굉장히 상상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글로 옮겨 적을 줄 아는사람, 어떻게 하면 독자를 황홀경에 빠트릴 수 있는지 아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육식저택>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왜 첫 번째 수록작이고, 작품의 제목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4개의 작품 중 제일 별로였기 때문이다. 읽는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으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 자체의 기대감이 떨어졌다. 스토리의 발상 자체는 흥미롭지만 재미로만 따지자면 글쎄?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우주의 괴생명체까지는 좋다. 그런데 마지막 결말까지 ‘그래서 뭐?‘라는 생각만이 들 뿐인 작품이었다. 그저 기괴하고 독특하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는 작품. 기괴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정크>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람이 사람을 잡고, 사람을 잡는 사람을 잡는 헌터가 사는 미래세상. 미래는 화려할 것이라는 생각을 비틀어 황량한 땅덩어리들을 배경으로 사람의 신체 일부를 이용해 갖은 인조 제품들을 만드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세계관도 전개방식도 나름의 반전도 전체적으로 다소 투박하지만 흥미롭다. 흥미롭다는 말 외에 다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작품이다.
<아내에게 보내는 세 통의 편지> 반전을 주었어도 좋았을 작품이지만, 작가는 과감하게 반전이 주는 충격을 포기했다. 중간부터 반전이었어야 할 내용이 술술 새어나오는데, 오히려 그점이 플러스로 다가온다. 너무 빤한 반전은 반전으로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에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하고, 더불어 스스로 뱉어내는 이야기가 혐오스러워 소름이 돋게 된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정신‘적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도전적인 이야기.
<짐승의 기억> 네 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을 고르라면 나는 이 작품을 꼽을 것이다. 저자 특유의 깨알같은 반전에 반전이 잘 살아 있다. 단편에서 이러기 참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뛰어날 수 있는지, 얼마나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경악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건들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전개방식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호러나 추리소설적 요소는 없다고 생각해야 된다. 전체적으로 우선 기괴함이 가장 크다. 괴이하고 독특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 이상한 이야기들은 역시 전체적으로 새롭고 신선해서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처음에는 다소 갸우뚱 할 수도 있지만, 곧 스르르 책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괴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강력하게 비추한다. 다소 혐오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므로. 저자 고바야시 야스미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색다른 세계관과 스토리, 전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항상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지!? 하며 기쁨의 감탄사를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에 읽게 될 저자의 작품도 굉장히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