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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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구나, 너는. 완전한 미치광이야.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너무 상쾌하고 기뻤다. -23p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이 될 수 없고, 누군가를 대신할 수 없다. -212p
그녀에게서 내가 가져오고 싶은 것은 확실하고 완전한 이별밖에 없다. 그 완전한 이별이란 상대방의 완전한 소멸뿐이다.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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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북 출판사 사장님이 서프라이즈 선물로 보내주신 도서 <아마 사랑일지도>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 꾸준히 예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드리며 아마 선물해주지 않으셨다면, ‘일본 고전’ ‘단편집’ ‘비운의 작가’ 라는 단어들이 주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구입해서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빨간색과 단순한 말린 장미가 주는 조합도 제목과 잘 어울려 아주 마음에 든다. 애정이 담긴 책 소개는 이쯤해두고. 아무튼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받자마자 바로 손에 집어들었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더 맛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고전 하면 ‘암울함’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무력함’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읽어본 일본 고전 문학들은 전부 자기혐오적이고 세상에 관심이 없으며 의욕도 욕구도 없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이렇게 우울한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은, 표면적인 우울 속에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표현은 조금도 하지 않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굉장히 열정적이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을하겠지만.) 꽤나 흥미롭기도 하면서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에는 현재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일본 문학에는 당연히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이 투영된다고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다. 게다가 <아마 사랑일지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저자의 글을 알게 되었다는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어 더욱 열정적으로 읽게 된다.

-<아마 사랑일지도>는 사랑과 관련 된 세 편의 소설과 네 편의 초 단편(일명 쇼트쇼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이야기라고 달콤하고 아련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무력하고 비관적이면서도, 그 속에서 사랑을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기때문이다. 아름답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은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특히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부정과 애매모호함 이기적인 마음과 아이러니함이 굉장히 심도있게 담기어져있다. 마지막으로 초 단편 소설들은 <체호프 단편선>을 떠올리게한다. 인간의 어리석은 실수나 오해, 아이러니함과 절망과 잔인함이 마치 유쾌한 ‘농담’처럼 읽히는 이야기들이다. 한 편 한 편 모두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주옥같은 작품이었다. 왜 그가 쇼트쇼트의 대가라고 불리었는지 한 번에 이해가 된다. 그의 다른 초 단편 소설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누군가 일본 고전 문학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없이 <아마 사랑일지도>를 추천할 것이다. 일본 고전의 향기를 짙게 맡을 수 있으면서 아름답고, 놀라운 소설이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냥. 읽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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