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무려 작년 생일날 하정언니한테 선물로 받은 <멸망의 정원> 언니가 읽자마자 너무 재밌다며 같이 읽자고 선물로 보내줬는데 받은지 일년이 지나서야 손에 집어들었다. (싸랑합니다 하정님❤️) 역시 우리 자매님들 검증이 된 작품이라 그런지 ‘와 진짜 재밌다’를 남발하며 막힘없이 읽어내려갔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를 한 권의 소설 속에 모두 집어 넣었다는 것만으로 정신이 혼미한데, 유토피아 세계에 의해 영향을 받아 디스토피아 세계가 만들어졌다는 설정도 독자들을 아찔하게 만든다. 두 세계를 비교하게 됨은 물론이거와 ‘그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라고 했을 때 유토피아를 단순히 유토피아라고 생각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이쪽 세계에서는 이쪽이 저쪽 세계에서는 저쪽이 합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도 ‘나라면’ 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당연히, 유토피아가 유지되길 원한다는 이기적인 결론에 들어가면서 ‘선악’에 대해서까지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것에 의해 사랑하는 것들이 생긴 장소를 배반하지 않는 것이 과연 악일까? 자신들의 의지로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한 세계를 파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과연 악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각자에게는 그들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 떠오르다가도 그렇다면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어떤 행위도 용서가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멸망의 정원>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읽다보면 나또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굳이 선택하자면 나는 아이카와와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한다. 최선를 다해 지키지만 타인의 것을 쉽게 부수지는 못할 것 같다.

-내용 배치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지 아는 작가가 분명하다. 처음부터 비참하고 슬픈 내용이 아닌, 유토피아를 먼저 보여주면서 환상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그 후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이 어떻게 되었는지 배치해 정신없이 읽어나가게 된다. 거기에 더해 담백한 문체로 끊김없이 수월하게 읽힌다. 판타지, sf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과 지적 즐거움을 한 꺼번에 선사해준다면 정말이지 행복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멸망의 정원>은 판타지,sf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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