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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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북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어보게 된 <벚꽃나무 아래> 봄과 어울리는 제목과 분홍분홍한 표지 디자인, 그리고 단편집이라는 말에 혹해서 바로 손에 집어들었다. ‘시체가 묻혀 있다’ 라는 글귀에 스릴러 물인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집은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삶을 열망하는 모습이 담기어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미친듯이 우울하면서도 그 속에서 애잔함을 느끼며 우리는 끝끝내 삶을 놓지 않고 영위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삶 속에는 절망이 산재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파묻히고 만다. 가지이 모토지로는 폐결핵의 고통과 무력감,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고 사색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집필했을까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아린다. 그럼에도 그는, 이라는 생각에 감탄과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그가 세상에 내놓은 글들은 독자들을 불쾌한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동시에 우울에 감싸여 숨겨진 희망과 용기, 열정을 어렴풋이 느끼며 점점 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스스로 절망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은 어쩐지 울림이 없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와 닮은 사람의 예술을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에겐 <벚꽃나무 아래>가 딱 그런 작품이었다. 일본 고전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한동안 굶주리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어둡고 침침하면서 동시에 사랑스러운 글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책 자체의 두께도 얇고 각각의 단편도 짧은 편이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우울한 밤에 펼쳐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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