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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고전편 ㅣ 환상문학전집 12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괴담이 너무 고파서 집어든 황금가지의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꽤 오래전에 사두고 아껴두었던 책이다. 무엇이든 고플 때 먹으면 더 맛있는 법. 사실 <고전편> 이라는 단어가 읽기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그동안 고전 호러를 잘 못 읽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한 편 한 편이 주옥같고 괴담에 더욱 푹 빠지게 만드는 작품집 이었다.
-호러의 시작은 사실 환상문학이다. 아주 오래 된 옛날부터 사람들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복수를 하고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듣고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동시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주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공포’와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공포 문학에서 공포와 함께 인간의 이기심과 질투 또한 단골 소재가 된다. 그렇게 시작 된 호러에 대한 관심은 근대에 와서야 비로소 문학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다. 그 시작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한 곳에 모은 책이 바로 <세계공포문학 걸작선>이다. 미스터리, 유령, 괴이, 괴물, 살인 각종 호러 주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대표작들이 고루 실려 있어 여러 종류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종류를 읽으니 지루할 틈도 당연히 없으며 특히나 선례 없는 길에 첫걸음을 내딛은 저자들의 재능에 대한 감탄과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어 재미있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해줌에 감사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고전 장르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고전 장르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고전 특유의 향과 그 당시 시대를 엿볼 수 있다는 재미 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 고전은 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계공포문학 걸작선>을 읽으며 문득 ‘그당시’ 이런 글을 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심지어 지금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사실 역자의 말 처럼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의 ‘시작’ 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읽는다면 훨씬 더, 아니 확실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책을 읽을 때 마다 장르문학을 대하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에 감동하게 된다. 이러니 서점을 갈 때마다 황금가지 출판사 책이 꽂혀있는 서가를 먼저 찾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는 즐거움과 장르문학을 대하는 스스로의 자세를 덕후로써 진심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더욱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