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윤정은 지음 / 부크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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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크럼 출판사의 신작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스테디셀러 윤정은 저자의 신작이라니! 게다가 ‘여행’과 ‘사랑’이라니! 거기에 포스터 작품 같은 표지 디자인까지! 정말 기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요즈음 (코로나에 여름휴가철 폭우라니요 세상에 이런 지옥도 없을 거에요) 처럼 여행이 쉽지 않아 자꾸만 쳐지고 우울해지는 시기에 여행과 사랑이라는 단어는 더더욱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어떤 글자들을 만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나는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가’ 생각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챕터 이름부터 재미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인천공항, 김포공항, 고속터미널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곳들을 주제로, 그 장소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저자의 여행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물론 그 속에는 따듯한 사랑도 함께 담겨져 있다. 일상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하는 여행만이 여행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여행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에게 얼마나 핑계가 많았는지 깨닫게 되며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나를 사랑하며 채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차분한 저자의 문체를 읽다보면 책을 읽는 것 만으로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난다.

-‘당신은 얼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계신가요?’ 책을 딱 두 페이지 읽은 직후 결정 된 제목이다. 이렇게 제목을 쉽게 쓰기도 참 쉽지 않은데,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며 ‘여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유가 있어야 여행을 갈 수 있고, 여유가 있어야 타인에게 다정할 여유가 생겨난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여유가 참 없다. 일찍 일어나 지옥철을 혹은 막히는 도로를 달려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심지어 원하지도 않는 메뉴이거나 서둘러서 먹게 되는 점심식사. 퇴근하면 유튜브나 SNS를 보며 잠시 쉬다보면 잠들 시간이 어느새 훨씬 지나 있다. 이런 하루의 연속. 참 빡빡한 인생이다. 그러나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행복과 마찬가지로 여유를 너무 어렵게, 크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쉬는 날 집안 청소 한다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고 주말에도 바쁘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의 두 페이지를 읽은 후 곧바로 야놀자 어플로 호텔을 예약했다. 집을 벗어나면 여행이 아닌가?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큰 여행이 될 수 있는데 나는 왜 여태 나를 방치한 것일까? 예약하기 버튼만 누르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나는 왜 여태 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예약 완료 페이지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리곤 ‘아, 나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게 무언지 몰랐던 거구나’ ‘이토록 빠르고 간단한 일을.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에 씁쓸함이 피어올랐고, 얼마나 스스로를 방치했는지 깨달으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은 사실 이 것 하나가 아닐까? ‘당신은 얼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계십니까?’ 이날 나는 좋아하는 목욕을 실컷 한 후에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노트에다 작게 끄적였다. ‘나를 방치하지 말자. 여유를 가지고 살자’ 라고.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저자의 삶이 우리네 팍팍한 삶과 많이 달라 부럽기도,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어떤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또 어떤가. 그가 주는 배려에 금방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여행,사랑,여유,행복 이라는 단어를 다이아몬드 처럼 귀한 것으로 여기는 듯 하다. 물론 귀한 것들이지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는 삶이 팍팍하다 느껴지는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우선은, 책을 읽는 작은 여유부터 가져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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