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 [팔묘촌]

팔묘촌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미쓰다 신조의 작품에 꽤 자주 언급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 그중에서 <옥문도>와 함께 저자의 대표작이라 불리우는 <팔묘촌>을 드디어! 읽었다! (어쩐지 미쓰다 신조와 같은 작품을 읽었다는 기분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이 작품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하나로 제목부터 섬뜩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내용이다. 여러 요소가 한가득 들어있는 소설이라 여러가지 즐거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지만, 번역에 문제가 조금 있어서.. 정말 고전하면서 읽어야 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시골 마을의 지주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의 친아버지가 사실은 엄청난 부자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자신을 시골로 데려가기 위해 온 외조부가 눈 앞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변호사에게 듣게 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에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시골로 가게 된 주인공은 입구에서부터 마을 사람들의 적대심을 알고 놀라게 된다. 단순한 놀라움도 잠시, 외조부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하나 둘 죽어나가는 사람들. 자신이 온 후 마을 사람들이 살해당한다며 범인, 혹은 미신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원망과 경찰의 의혹을 동시에 받게 된 주인공. 끝임없이 불어닥치는 사건 속에서 주인공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요소가 전부 다 들어가 있는 완벽한 추리소설 그 자체다. 갑작스러운 여행. 의문의 살인들. 당연히 트릭과 반전이 존재하며 거기에 보물찾기와 로맨스까지 더해져 조금도 빠짐이 없다. 압박감이 느껴지는 방대한 페이지 수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사정없이 날라드는 요소들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받다가 끝내는 추격전을 하게 되는 스릴과 어두운 종유동굴 속을 모험할 때의 공포심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왜 그가 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에겐 굉장히 가독성이 떨어지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오타가 굉장히 많았고(심지어는 심지어과 식으로의 오타도 있었을 정도로) 번역이...... 죄송하지만 너무 별로였다. 원문의 스릴감은 물론이거니 분위기 등등 많은 것을 놓쳤다고 계속해서 되뇔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너무 많은 요소가 개인적으로 오히려 유치하게 느껴졌달까, 뻔하다고 느껴졌달까, 덕분에 셜록홈즈와 같은 고전 그 자체로 느껴질 뿐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주인공이 너무 맘에 안들었다. 우선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면서. 탐정의 활약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탐정소설로써의 가장 큰 결함이며 주인공이 너무 겁쟁이에 찌질이라 읽는 내내 짜증이 났다. 추리,호러,스릴러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당차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나와는 굉장히 맞지 않는 책이었기에 읽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맞지 않는 책이 페이지가 클 때 느끼는 박탈감이란....) 저자가 왜 거장으로 불리우는지나 소설의 포인트는 잘 알겠지만, 내가 이 저자의 책을 또 읽으련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