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의 특별함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3월

-에쿠니 가오리 도서를 선택하는데에 다른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그녀의 글이기 때문에, 아직도 내가 안 읽은 도서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손에 집어 든다. 사실 이 책은 여태까지 제목만 보고서 술이나 안주에 관한 에세이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손이 가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요리 에세이 굉장히 싫어함. 이유는 없음. 글로 음식이 묘사 된다는게 이질감 느껴질 뿐) 알고보니 본제는 ‘하찮은것들’로, 에쿠니가오리 작가가 좋아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의 리스트 였다! 그녀의 새로운 에세이가 출간 된 시점에 아껴읽기 위해 선택하기에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올랐고,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사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동경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의 아주 특별한 감정. 그 사소한 물건들에 특별한 의미가 깃드는 순간. 그런 순간들은 쉬이 찾아오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행위를 통해서는 쉽게 깃든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괜히 그 음식까지 사랑하게 된다거나 아껴주고 싶은 사람이 좋아하는 문구류를 보면 괜히 그 문구류까지 조심조심 다뤄야 할 것 처럼 느껴지게 된다. 에쿠니가오리는 이 책에 자신이 좋아하는 ‘하찮은것들’을 꽉꽉 채워 담아 놨는데 그 사연이 또 참 재미있다. 어린시절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콤플렉스 때문에 되려 좋아하게 된 것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서 좋아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어찌 되었든 특별하고 귀중한 것 보다는 하찮은 것들이다. 가령 분홍색 이라던가 노란색 고무줄 이라던가 소금 같은 것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읽다보면 새삼 그것들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찮은 것은 신라면 이었다. 나는 봉지 신라면은 끓여먹는 것 보다 부숴먹는 것이 진짜 제대로 먹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왠지 끓여먹는건 신라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에쿠니 가오리 작품을 광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에세이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왜 남의 인생을 내가 읽어야 되지?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딱히 어떤 교훈도 재미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 동경하는 사람의 인생을 읽는 다는 것은, 호기심 보다는 설레임에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했다가 낭패를 본 기억도 있지만(그중에서 최고는 애플홍차. 진짜 최악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어떤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된다는 감정은 참으로 귀중한 것이라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