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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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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38p
주문한 맥주가 나왔을 때 시후미가 왔다. 가게가 아무리 혼잡해도, 시후미의 기척은 바로 알 수 있다고, 토오루는 생각한다. 돌아보지 않아도 정확히 알 수 있다.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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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손이 안가서 한참을 망설이다 구입했던 기억이 있는 <도쿄 타워> (조금 으스스한 느낌의 여자 그림이다) 그런데 이번에 스토리 중 한 장면을 담고있는 현대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새롭게 리커버 출간 되었다. 특히나 불만을 품고 있던 표지 디자인 이었기에 어찌나 반갑던지! 에쿠니의 신작도 항상 발빠르게 출간하고, 리커버 작업도 멈추지 않고 진행 해주는 소담 출판사의 모든 관계자 분에게 몇 번이고 감사드리고 싶다.(그녀를 향한 지독한 팬심으로) 정확히 삼년 전 오늘 읽었던 소설을 다시 펼쳐보니 놀라우리만치 색다른 느낌이었고, 스스로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변화 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등학생이던 17살. 토오루는 유부녀, 게다가 어머니의 친구인 시후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호기심이었을 혹은 무관심이었을 만남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편 토오루의 친구인 코우지는 “어린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연상의 여자에게 빠지게 된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그럼에도 멈추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어린 소년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에쿠니 가오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불륜’이 아닐까? 유부녀 혹은 유부남들이 바람피는 스토리가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륜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미화한다며 그녀의 작품을 불편하게 여기는 독자들이 많다. 그래서 또 에쿠니 가오리 하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에 리커버 출간 된 <도쿄 타워>역시 불륜을 담고있다. 기존에는 그저 그녀의 문체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사랑하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 표현을 그 어떤 작가보다 더 와닿게 그려내서 좋아했었는데, 한 번 읽었던 작품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까 느낌이 사뭇 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사랑 앞에서, 인간은 용감해지지 않을 수 없나 봅니다. -작가의 말” 라는 그녀의 말을 고스란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사랑의 행위가 어떤 부정을 일으킨다고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용감과 깊은 애정에 더욱 큰 경의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도쿄 타워>를 읽으며 어쩌면 삶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나 쉬운 만남과 이별이 만연한 요즈음, 인내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토오루와 코우지를 바라보면 사랑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불륜’ 이라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그들의 진지한 마음과 진실된 사랑이다. 토오루는 “기다린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122p” 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기다림의 행복’을 잊어버린지 얼마나 되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왔다.
-이번에 에쿠니 가오리 작가에게 더 깊게 빠져들게 되었다. 아마 그녀만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고 명쾌하고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만날 그녀의 새로운 작품들이 궁금하고, 재독에 대한 설레임이 더욱 커졌다. 몇 번이고 다시 만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