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어쩌다 이름을 잃어 버렸을까 [이름 없는 여자들]

이름 없는 여자들 ㅣ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믿고 보는 북로드 스토리 콜렉터! 드디어 82번째 작품이 출간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생소한 덴마크의 작품 이었는데, 코지 미스터리라고 해서 더욱 큰 기대가 되었다. (코지 미스터리 : 가볍고 편안한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로, 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 형사물이 쏟아지는 요즈음 아마추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짜릿함을 선사해주리라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역시나 <이름 없는 여자들>을 읽으며 아마추어인 주인공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 둘 찾아내는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의 작은 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한밤중에 시신이 발견 된다. 발견 당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수사과장 토르프는 시신이 친구의 회사에서 발견 되었다는 것을 듣고 신원 확인을 위해 친구 단 소르메달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다. 그 후 회사의 직원들에 대해 알려달라며 다시 한 번 단 소르메달을 찾게 된 토르프. 오랜기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단 소르메달은 친구 토르프를 도와주며 삶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적극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가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사실들. 그 사실을 토르프에게 이야기 해주려 하는데, 토르프는 더이상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하며 소르메달의 연락을 피한다.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면 정답에 거의 근접한 상황. 그들은 과연 어떻게 범인을 잡을 것인가.

-그녀가 왜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완벽하게 탐정이나 형사와는 무관한 삶을 살던 단 소르메달이 우연찮은 계기로 사건의 깊숙이 들어가 형사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를 바라보면 왠지모를 짜릿함과 흥분을 느끼게 된다. 게가가 단 소르메달이 찾는 단서들을 가지고 독자들도 추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에 한 번 놀라고, 광대한 스토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그러나 ‘가볍고 편안한’ 내용은 결단코 아니다. 강제로 성착취를 당하고, 자국에서도 타국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포주를 피해 몇번이고 주소와 이름을 바꾸고, 적은 임금으로 만족하며 숨어 지내는 여성들의 가슴 아픈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n번방’ 사건이 보도 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성착취를 당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분노에 빠진 사람들은 범인들에게 정당한 벌을 주는 것에 초점을 잡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되는 것은. 이 ‘이름을 잃어버리게 된’ 여성들을 보호하고 상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이름 없는 여자들>을 읽으면서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여러모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었다. 스토리 구성이나 단 소르메달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성착취를 당한 여성들을 그려놓은 부분에서는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굉장히 오래 읽은 책이었는데,, 덴마크 작품이 생소해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이 낯설어서 중간중간 턱턱 막혀서 그랬다. 뭐 이건 내가 세계의 문학을 골골루 읽지 않은 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