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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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야마시로 아사코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고민없이 구입했다. 단 한 권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 잡은 작가이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완벽하며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에쿠니 가오리 작가처럼 “에쿠니 감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매니악한 느낌은 또 아니다. 아무나 쉬이 따라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즐거울 수 있는 스토리를 쓰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기대감을 가지고 집어든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역시 나를 조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옮긴이가 ‘김은모’ 다. 고민할 필요가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어느날, 아내와 나 두 사람에게 동일한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포에 사로잡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나는 결국 회사를 쉬게 되고, 보다못한 아내는 왜 이 귀신이 우리에게 보이게 되었는지 추리하며 조금씩 진상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메다>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된 나.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후코라는 아이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넓은 공터에서 후코를 마주하게 된다. 겁에 질린 후코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머리없는 닭 교타로다. 처음 교타로를 본 나는 놀랐지만 후코와 친해지며 교타로를 자신의 방에서 키우자고 제안을 하게 되고, 후코는 봉지에 구멍을 뚫어 교타로를 숨겨서 데려온다.
<곤드레만드레 SF> 어느날 나에게 찾아온 대학시절 후배. 그는 SF소설을 쓰고 싶다며 조언을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한다. ‘술에 취하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사람’ 이라는 설정을 두고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를 묻는 후배에게 나는 경마를 추천하게 된다. 그 후 어느날 만난 후배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비싼 차와 시계. 그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지 나에게 이야기 해주며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한다. 몇일 후 후배는 자신이 곧 죽는다며 겁에 질려 나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이불 속의 우주>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가 1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해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그는 심지어 아내에게 버림받아 홀로 초라한 방을 구해 살게 되는데, 어느날 돌연 발표 된 그의 신작.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신작을 읽고 감상평을 문자로 보낸 후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고, 소설가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중고로 구입한 이불을 덮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아이의 얼굴> 방황했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그 당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 세 명이 모두 자신의 아이들 죽였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그 중 한명에게 ‘그 당시 우리가 괴롭혔던 아이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낳았다는 더욱 충격적인 편지를 받은 나. 공교롭게도 그녀는 벌써 임신한 상태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모든걸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상의를 하게 된다.
<무전기> 자연재해로 아내와 아들의 시체조차 찾지 못한 나는 하루하루를 술로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만취한 그의 눈에 아이가 좋아하던 장난감 무전기가 보이고, 장난으로 켰던 무전기에서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이혼한 남편에 의해 딸을 잃어버리고 정신병에 걸린 나는 매일 동생이나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한다. 그런데 매일 같은 지점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나는 이 목소리가 자신의 병이 도져서 그런 것인지 실제로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따져가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다가가게 된다.
<아이들아, 잘자요> 배 사고를 당한 주인공 나는 삶의 끝자락, 주마등을 보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자신의 기억이 아닌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을 천사라고 소개한 사람이 무언가 잘 못 된 것 같다고 말하며 나의 주마등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제안하게 된다.

-이 작가의 글은 결코 단순 장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 (요즘 이렇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아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다.)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찌르는 무언가가 있다. 그는 인간 내면의 사랑스러운 점과 소름끼치는 점을 보다 잔인하게, 동시에 잔잔하게 표현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8편의 모든 작품을 읽으면서 긴장하고, 경악하고, 감동하고, 아름답거나 미스터리한 느낌을 받았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와 감동, 교훈과 깨달음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장르문학 매니아 들에게는 으스스하고 아리송한 느낌과 함께 사랑스러운 느낌, 감동, 경악을 함께 느낄 수 있으니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이 작가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한국 작가로 송시우 작가가 있다. 송시우 작가의 책은 한 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이의 뼈>는 이 작품과 굉장히 비슷한 양상을 띈다. 아쉬운 점은 송시우 작가는 아직 불완전한 반면 야마시로 아사코 작가는 완전하다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 장르문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기뻐서 언급해본다.

-야마시로 아사코 작품은 장르문학을 좋아하지 않아도, 장르문학을 어려워해도, 너무 하드한 장르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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