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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ㅣ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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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란 생각보다 무르다. 사람은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58p
황혼은 희망과 절망을 올올이 엮어 불안을 건넨다. -161p
후회해줘서 기뻐. 따듯하지 않은 사람은 후회조차 하지 않는다니까. -203p
가장 좋지 않은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안하면 점점 망가지거든.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야 사람은 좋아질 수 있어.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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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으로 한국을 강타했던 작가 후지 마루의 신작 <가끔 너를 생각해> 가 출간 되었다. 저자의 전작이 라이트 노벨 소설인줄 알아서 솔직히 별로 관심이 일지는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매력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호기심이 생겨 책을 펼쳐 들었다. 참고로 출판사가 아르테라는 점도 책을 펼치게 하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인 시즈쿠. 할머니에서 손녀로 다시 그 손녀의 손녀로 마녀의 피가 이어져 내려오는데, 그녀들에게는 특별한 사명이 있다. 6가지의 마도구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그 사명이다. 이 마도구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번 사용 된 마도구는 다음 손녀세대까지 잠들어 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시즈쿠는 “요즘 세대에 마녀는 필요 없다.” 면서 자신을 마지막으로 마녀의 핏줄을 끊겠다고 까지 생각하고 있다. 혼자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며, 냉소적인 성격인 시즈쿠는 “남을 돕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10년전 소꿉친구인 소타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는 시즈쿠에게 “마녀의 사명을 돕게” 해달라고 이야기 한다. 과연 소타는 시즈쿠를 설득해서 마녀의 사명을 완수시킬 수 있을까?
-처음 읽을 때는 다소 유치한 문장과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뭐야 이거 라이트 노벨 맞잖아?” 하고 실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여자 주인공의 마인드나 말투가 ‘요즘 세대’라고 강조하는 시대적 배경과 너무 동떨어져 이질감이 느껴져서 한숨이 나온다. ‘마녀’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순식간에 B급 영화로 전락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독자는 더욱 빠르게 책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다소 유치한 문장이 오히려 쉽게 독자를 불러 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 속으로 불려들어간 독자는 시즈쿠의 순수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소타의 듬직함에 가슴 설레이게 된다. 가벼이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씩 느껴지는 묵직함에 더 크게 놀라게 된다. 후지 마루 작가의 기법이 톡톡히 발휘 되는 순간이다.
-‘마법’하면 우리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생각한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사람을 개구리로 바꾸고,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면 전기가 나가는 등 아름답고 강력하고 환상적인 장면을 생각하는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마법의 정의는 ‘마력(魔力)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법.’ 이라고 나와있다. 그럼 마력은 무엇일까? 네이버에는 ‘사람을 현혹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 이라고 나와있다. 그렇다면 마법이 꼭 판타지일 필요는 없다. (참고로 판타지 정의는 ‘터무니없는 가상 세계에서 일이 벌어지거나,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예상을 깨며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문학 작품.’ 이다.) 후지 마루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잘 활용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마법사라고. 누군가를 도와주면 행복의 꽃이 피어난다고. -318p’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그 여파가 주위로 퍼지는 것, 그것이 바로 마력이고 곧 마법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찾아 나선다. 또 언제나 말한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라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도움을 줄 때도, 받을 때도 사람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금방 다른 도움의 손길과 행복으로 퍼져 나간다. <가끔 너를 생각해> 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소중한 어떤 사실을 가벼운 내용 속에 다소 묵직하게 담아낸다. 방심하고 읽던 독자는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소중함과 행복을 다시 찾고 싶다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가끔 너를 생각해>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성장기의 예민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