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감동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제목이 참 길다. 아니 너무 긴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길다. 그리고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라니 너무 적나라한 제목이 아닌가? 주인공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부와 감동이 나뉠 것 같은 제목에 조금은 긴장하며 책을 집었다. 근데 이게 왠걸? 총 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는데 볼썽사납게 첫 번째 이야기 부터 오열을 해버렸다.

-이 책에 실린 7가지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눈에 남들은 보이지 않는 검은색 글자가 보이고, 그 글자가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들이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를 보고 어머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집밥을 거부하는 소년, 과거 혹은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가 쓰인 공중전화 카드를 받은 남자, 자신이 살 수 있는 잔여 일자가 보이는 소년 등 어느 순간 글자가 보이면서 선택하게 되는 행동들. 그리고 그 행동으로 인해 파생되는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일상들. 그리고 무언의 깨달음을 얻고 변화하는 사람들..

-조금은 진부하고 빤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는 스토리 들이다. 뭔가 보이고, 그로써 인생이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해피엔딩 -! 그러나 이 책은 진부하기 때문에 빛을 발한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그런 것들이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엄마의 밥을 더이상 먹을 수 없다던가, 더이상 놀 수 없다던가, 살 수 있는 날이 몇 일 밖에 없다던가.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까. 이런 것들을 미리 알 수 없으니 당연하게 여기며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이 ‘당연한’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듦으로써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독자에게 질문을 내던진다. 앞으로 어머니의 집밥을 몇 번이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혹은 네가 하는 어떤 행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진부하게 느끼지 않고, 감동을 이끌어냈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절로 의식도 하지 않던 당연한 것들이 부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게 된다. 내가 앞으로 고양이 들에게 몇 번의 밥을 줄 수 있을까? 횟수가 정해져 있다면 나는 아이가 힘들어해도 밥을 최대한 주지 않을까? 아니면 받아들이고 밥을 제때 챙겨줄까.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조금 더 잘 놀아주고, 많이 사랑해줘야지.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언제나 후회하지 않도록 행동하자고 다짐하게 된다.

-이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점이다. 특히 첫 번째와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겹치게 설정해 놓은 부분에서는 이걸 이렇게 연결 짓는다고!? 하면서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2020년 새해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나에게 큰 행운이라 생각 된다.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고, 그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살고있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새해의 도서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