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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왜 로맨스는 오래가지 못할까. 로맨스란 사랑이 아니라 사건이기 때문일 거야. -44p
인생은 시간 그 자체이자 시간을 태우며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171p
영오는 조화를 사자고 했지만, 보라가 생화를 고집했다. 시들면 추해요, 시들지 않는 게 추한 거야. -269p
-주인공 영오는 혼자 쓸쓸한, 그러나 계속 되는 야근으로 정신없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 쓰여있는 네 명의 이름. 영오. 강주. 옥봉. 보라. 그들은 누구일까, 왜 이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서 남겨 두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영오에게 일렁이고 있는데 홍강주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온다. 영오는 강주와 함께 수첩에 등장하는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외롭고 차갑고 초라한 인생을 살던 영오에게 아버지의 수첩은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미지는 국어 문제집의 오탈자를 찾아 편집자에게 알려 주면서 편집자인 영오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괴팍한 옆집 할아버지와 고양이 버찌와 친구가 되면서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게 된다. 심부름 하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은밀히 연결시켜 준다. 미지의 이야기는 상처없는 사람들은 없다! <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고 이상한 일도 많지만, 이상하다고 해서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 -300p> 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귀여운 미지의 이야기와 씁쓸한 어른이 된 영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이라는 제목만 보면 언뜻 에세이 같기도 하고, 서른세 살에 생기는 에피소드가 담긴 소설 같기도 하고, 서른세 살이 되기 전에 겪은 어떤 것들을 담은 소설 같기도 한 담백한 제목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신 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주변 신경을 쓸 세 없이 어느새. 이런 슬픈 사연이 담겨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왜 이런 재미없는 제목을 썼을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제목에 공감을 꽤 많이 하게 됐다. 우리들의 인생을 담은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슬픈 인생이지만 다정함이 베어있는 나의 0.5를 찾아가는 소설이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있다. 나의 0.5 내 절반의 사람들이. -273p> 나의 0.5를 만나며 답답하던 인생이 조금 밝아지고, 그렇게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자신도 조금씩 변화를 가지게 되는..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소설이다.
-사실 우리들 인생에는 감동적인 변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변화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을 읽고 익숙한 삶에 변화와 감동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