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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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적은 바깥 세상이 아니었다. 오빠가 우리 적이었다. -199p

오빠는 자꾸 물어대서 아이들에게서 떼어놔야만 하는 나쁜 개 같은 존재였다. -243p



-우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자서전을 별로 안좋아한다. 글이 너무 장황하고 지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혹 재미있는 자서전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경험을 ‘재미’로 판단해도 되는건가 싶은 마음에 씁쓸함이 들어서 꺼리는 편이었다. 그 ‘재미’가 공포, 슬픔 이라는 단어여도 말이다. 그러던중 <나의 살인자에게> 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또 솔직히 고백하자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자서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아 이책 지루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책을 읽던 중, 읽은 후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납치법이자 살인자이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 차례의 갈취를 해오며 가족들의 인생을 자신의 멋대로 주무른 한 남자의 ‘동생’의 이야기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자란 아이들은 각기 상처받은 마음으로 자라서 범죄자가 되거나 누군가의 지배하에 자라는 것에 적응하게 된다. 네 명의 남매 중 가장 독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란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는 그들과 같이 평생을 누군가의 지배 하에 살아왔다. 아버지와 이별하고 나서는 첫째 ‘빔’에게 철저하게 감시받고 그의 심부름을 하며 평생을 공포에 떨며 지냈다. 그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녀는 알고있기 때문에. 오빠의 최고의 협력자로 공포 속에서 ‘그나마’ 안전하게 살던 그녀는 조카들과 언니를 위협하는 오빠를 보며,  목숨을 걸고 오빠를 감옥에 집어 넣는 배신을 실천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한 가족의 불행, 한 시대의 범죄의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폭력이 어떻게 계승 되는지 소름끼치게 묘사되어 있다. 그녀의 인생에서 더 나아가 범죄 심리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범죄자들의 현란한 화술 방식을 알 수 있는 도서기도 하다. 그녀가 겪어온 것들과 겪고 있는 것들을 한 줄씩 읽으면서 그녀와 함께 천천히 긴장감과 공포심이 늘어나는 걸 느끼게 된 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 지 긴장 되서 견딜 수가 없게 된 다. 이 모든게 오래 된 과거의 일이 아닌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겪어온 모든 것들을 읽으며 혐오감과 함께 동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일이 다시는 반복 되지 않길 바라면서 두려움과 죄책감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두렵고 용서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친오빠를 상대로 싸운 그녀에게 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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