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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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이미 카린을 만난 이상 당신이 카린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중략) 치매에 걸리거나 죽지 않는 한 기억을 잃지는 않을테니까요. -223p]

-톰에게는 곧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랑하는 카린이 있다. 행복하고 평화롭지는 않아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들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 카린이 급성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산모와 아이 둘 다 위험한 상황이라 제왕절개로 급하게 출산을 하게 되고, 점점 위독해지는 카린과 막 태어난 아이 리비아 사이를 오가며 담요 하나로 서로의 냄새와 온기를 전하려고 고군분투하는 톰. 그리고 곧이어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따스한 온기를 동시에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저자가 덤덤하고 차분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줄바꿈이나 따옴표 없이 띄어쓰기 만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는 색다른 방식으로 현실감을 높이면서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 들인다. 특히 초반의 100p 까지는  눈을 뗄 수조차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상황 속에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기분에 긴박한 느낌 까지 들어서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가게 된다. 덤덤하고 차분한 문체여서 오히려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완벽하게 절제된 듯이 보이는 문장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독자에게 온전한 사랑과 후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과 감정을 느끼게 되며 어떠한 절망감을 느끼게 될까. 톰은 죽음이 코앞에 도래한 연인에게 느끼는 간절함과 두려움. 절망감을 과거를 회상하면서 더욱 크게 심화 시키며 후회를 하기도 하면서, 연인 카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리비아를 위해서 뭐든지 열심히 하며 절망감에서 간신히 버텨내기도 한다.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카린의 부재를 더 크게 느끼면서 고통스러워 하기도 하며 겨우겨우 살아간다. 그와중에 병과 싸워서 잘 이겨냈던 아버지 마저도 떠나가고 만다.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는 사랑과 절망, 후회의 감정을 넘어서 죽음이라는 두렵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마지막에 처음 나가는 어린이집에서 톰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리비아의 모습은 시종일관 무뚝뚝하게 서술했던 톰에게 행복과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해피엔딩으로 소설의 막을 내리며 독자들에게 더 큰 삶의 감동을 전해준다. 이러한 죽음과 삶을 다룬, 생생한 경험에 의해 쓰인 자전소설에 독자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전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왠만한 소설보다 더욱 소설같은 이야기가, 절제된 감정과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 감정의 파편이 더욱 깊게 들어오는 것 처럼 느껴졌다. 초반에 초스피드로 책을 읽어나간 후에 절제하려고 노력하는 담담한 문체 속에 드러나는 감정과 연달아 발생하는 사건, 가까이에서 숨쉬는 죽음과,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생생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의 한 가운데서 방황하는 저자의 모습에 답답하고 슬프기도 하고 암울하기도 해서 계속해서 책을 덮었다 용기내서 다시 들고를 반복하며 읽어야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 큰 슬픔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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