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 F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다 집어 치우고 오늘은 감성적인 글만 끄적여야겠다. 책이 그러해서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의 필명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방적임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성을 일방적으로 자극하는 책이다.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를 읽고 난 후에는 일단 연애가 하고 싶어진다. 멜랑꼴리한 기분 탓은 아니다. 그저 마음껏 상처받고 상처주고싶다는 생각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상처주는게,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언젠가 헤어지겠지만 오늘은 아니니 오늘은 마음껏 사랑하자고 그렇게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랑하는 쓸모없는 것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좋다. 쓸데없는 것 이라는 말은 참 묘하다. 굳이 쓸데가 없다는 말을 붙임으로써 반항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어쩐지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든다. 아니면 안쓰러운 마음 같은 것을 이끌어 괜히 같이 쓸모없어지게, 지고싶게, 만든다. 결국 쓸모없다는 것은 쓸모없지 않은 것이 된다.

-이런 식이다. 저자의 감성을 완벽하게 카피하지는 못했겠지만, 이런 류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니 특별한, 그래서 평범한 감정과 감성들. 느낌과 생각들. 부드럽고 달콤한 문체는 아니다. 담담하고 다소 무심한 느낌이 드는 문체다. 그리고 아주 살짝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잘 읽혀 앞부분으로 다시 되돌아가 읽느라 흐름이 끊기는 거라서 다소 당황스러운 웃음이 흘러 나왔다. 당황 스럽지만 즐거운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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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흔하지 않은, 어쩌면 깊숙이 숨겨두고 싶을 치부에 관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속에, 누구나의 마음속에 작게 간직해 둔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익명의 F 작가에게 인생의 로맨티스트 상을 수여하고 싶다.

-6p. 시작부터 이렇게 마음에 쏙 들어오면 반칙 아닌가. ‘쓸쓸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그래서 쓸쓸해서 좋다’ 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익명의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생각이 담뿍 담긴 책 한 권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카롱을 먹듯 조금씩 아껴먹고 싶어진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기록하고 기억하고 필사도 하고싶은 내용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그냥 읽고 느끼고 책장을 닫기로 결정했다. 다음에 문득 쓸쓸할 때 또 찾아 읽기 위해서, 너무 의무감에 가득 차 읽지 않고 그저 흐르는 대로 편안하게 읽기 위해서. 그렇게 물 흐르듯 작가의 감성과 나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