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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ㅣ 바벨의 도서관 1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상훈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물도,공포물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앨런 포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그 유명한 <검은 고양이> 조차 온전하게 읽었다고 말할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그러나 우연은 예고하지 않았던 곳으로 부터 찾아왔다. 마그리트 그림 속에 등장(?)한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검색하던 중 보르헤스가 앨런 포의 작품 가운데 엄선한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바벨의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도둑맞은 편지> 속에는 한 편의 추리물과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내게 보르헤스는 아직까지 넘사벽이지만,소개된 작품의 글이 길지 않다는 것과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모비딕이 나올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보르헤스의 설명이 읽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
<도둑맞은 편지>,뒤렌마트의 추리물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이 소설 역시 추리물의 느낌 보다 다른 무언가가 더 도드라지게 보이게 했다. 물론 흐름의 중심은 도둑맞은 편지를 찾는 사건이였지만 말이다.경찰의 수사방식 오류라 보여질수 있는 부분의 지적이 그렇다.절대적으로 잘못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수사에서 지극히 교과서적인 방식이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지적이 퍽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질문을 던지게 하는 프로'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때마다도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초동수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범인을 놓칠수도 있다는 사실. 함부로 예단하고,그럴것이라 판단하고,그렇지 않을 거라 결론내는 것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배웠다."그치들은 창의성을 자기 기준으로만 바라보지.그래서 뭔가 숨겨진 것을 찾아야 할 때는 오직 자기들이 숨겼을 만한 곳에 주의를 기울여(...)"/35쪽 수학적논리라는 사회통념이 일반화 되었을때 범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무언가를 추리할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닐 게다.이 지점이 단순히 추리소설로써만의 재미가 아니였음을 알게 해 주었다.<병 속에서 나온 수기>,제목에서 떠올릴수 있는 건 고루함이였다.어쩌면 병속에서 발견된 편지가 갖는 상징성을 오랫동안 퍽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이 소설에서 특별히 어떤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수도 있겠고.아,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사내가 사투를 벌이며 읇조리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때 섬뜩한 심리묘사가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지던지..환상인지 현실에서의 일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보르헤스는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모비딕에 영향을 주었다고 했는데,<병 속에서 나온 수기>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밸더머 사례의 진상> 최면술에 관한 이야기다.사람의 목숨이 거의 다한 그 순간에 최면술로 죽어가는 이의 목소리를 듣을수 있다는 상상...이 작품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과 이제 막 이승을 떠나는 이의 세계 그 간극을 이야기 해 보면 어떨까..이 작품집을 통해 가장 엄지척 하고 싶었던 작품은 <함정과 진자>라고 말하고 싶다.제목만 보면 가장 평범(?)해 보이는 제목이란 느낌마저 들었던..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의 감정변화를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섬뜩해지는 이 기분은....텍스트로 읽고 있는데도 상상을 하게 될 때마다 히치콕 영화에서 나올 법한 공포의 소리가 마구상상이 될 정도였다.문제는 환상적인 소설이 아니라는 게 더 소름돋게 했다는 사실.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남기 위해 쥐를 이용할때는 아...정말이지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 공통점이 있었다.그건 상상하는 순간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는 거다.선혈 낭자한 피가 보이는 것도,쫓고쫓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이야기 속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상상을 하게 되고...그렇게 되는 순간...눈을 감아 버리게 하는 그런 마력이..앨런 포 소설의 매력은 아닐지 무더운 여름날 읽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기형적이지 않은 형태로도 섬뜩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니...('검은 고양이'를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해서 예전 일기를 꺼내 보았더니..검은 고양이만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당연(?)한 결과다. 바벨..에는 '검은 고양이'가 수록되어 있지 않았으니까..해서 다시 '검은 고양이'를 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