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의 '후보'를 읽었다. 연희동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야기라,어쩔수 없이 자꾸만 내가 알고 있는 그동네를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상수시' 라는 이름도 그렇고. 그러나 묵묵히 소설 속 '상수시'를 상상하며 읽었다. 소개된 음악을 틀어 들으면서 잠시 소설 밖으로 나왔다가, 뒤로 걷기를 하던 내 모습을 상상하다가.. 불쑥 뒤로 걷기를 하는 순간, 과거의 시간 속으로 갈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그런데 後報(후보) 의 뜻을 찾아보다가, 어쩌면..하는 생각을 했다.( 삼보의 하나,지금 세상에서 지은 선악에 따라 삼생이후에 받는 과보를 이른다). 중요한 건 상수시란 지명에 대한 설명이었다. 도시이름같지만 카페 이름으로 지어진 상수시의 뜻은, '근심이 사라지는 곳' 이란다. 걷는 순간이 되었든, 어느 장소가 되었든 근심이 사라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순간 보다 읽고 나서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걷기'의 매력과 참 닮은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상수시' 라는 여운은 내게 쉬이 떠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저주 받은 도시>에서 '반도시' 라는 이름이 자꾸만 ..나를 따라온 느낌..


"사실 안드레아는 상수시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할 때마다 상수시가 무슨 뜻이냐고 수십 번은 되물었으니까(...)"/82쪽










"안드레이는 진열대로 가 보드카 잔을 들고는 꺼림칙한 기분으로 다 마셨다.(...)어째서 반도시가 존재한다는 그런 중요한 정보를 수사관들한테까지 비밀로 말해야 하는가?(....)"/309쪽 상상 속의 도시인지, 어느 지역을 은유한 것인지 알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은데,무튼 반도시를 검색해 보면 크림반도가 나온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 '상수시' 가 아니었다면 반도시는 그냥 무심코 넘어갔을 지도.. 왜냐하면 '저주받은 도시'는 내게 일단은 넘고 봐야 할 산이라서.. 그런데 상수시가 반도시를..다시 크림반도를 검색하는 순간, 크림반도를 배경으로 쓴 러시아작가들의 책이 검색되어졌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책은 800페이지 이상의 벽돌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저주받은 도시를 넘어 크림반도의 책탑을 만들어 버렸으니까... 푸쉬킨, 체홉의 소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본 제목들부터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저 엄청난 책탑을...냉큼 읽어낼 자신은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날이 오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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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벽돌책 <저주받은 도시>를 읽기에도 벅찬데, 그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책들이 있어..실질적인 페이지 분량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다시 읽고 있다. <저주받은도시>에서 이 책의 원제목을 언급한 바람에...전혀 기억나지 않는 나를 원망하면서..말이다. 특별판 표지를 보는 순간, 원 제목의 비밀은 풀렸다.



그리고 소설에서 언급된 꼬마 검둥이이야기는 열 꼬마로 시작해서 한 꼬마가 외롭게 남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45쪽 예전에 재미나게 읽었음이 분명하나, 스포일러가 될까봐 리뷰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다만, 여전히 저 이야기 끝의 결말을 아직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저주받은도시>만 읽기에도 벅차지만..진짜 제대로 벽돌책..쌓는 기분으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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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받은 도시' 제목 자체(에만) 집중하기도 버거운 이야기. 그러나 불쑥불쑥 격하게 밑즐 긋고 싶은 장면들이 보인다. 수없이 길을 잃어 버리는 듯한 기분이지만..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일단 그것만이 목표다!!^^

실종 사건은 테러 분위기를 부추기기 위한 평범한 살인 사건으로 변모한다. 헛소리와 위험한 속삭임과 거짓의 혼돈 속에서 지금도 계속 활동 중일 정보원들을 불길한 안개를 드리우는 중심을 찾아야 한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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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너는 왜 자꾸 무덤 옆을 서성이는 거냐고 내가 따져 물었을 때 너는 영영 입을 다물어 버렸다.무덤 아니고 왕릉이라고, 하다못해 문화재로 공들여 가꾼 공원이라고 항변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너는 그러지 않았다"/85쪽


<여름철 대삼각형>을 읽을 때 콕 찍어 내가 찾아갔던 천문대이름이 언급되서 반가웠다. 타로이야기는 보너스 받은 기분마저 들었다. <걷다>에 실린, '유월이니까' 에는 왕릉이 언급되서 반가웠다. 왕릉 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 마음을 들킨것 같아 놀랐다, 역사공부가 아니라, 산책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할때 살짝 부끄러워서, 역사공부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항변을 한다. 그런데 이야기 속 커플은 왕릉이몽인 듯 하다. 나 역시 무덤은 맞지만, 무덤이란 느낌을 받을 수 없어 좋지만, 무덤이라 생각할 때도 있어 좋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그러니까 아둥바둥 살 필요도, 치고박고 싸우는 일도 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러나 현실은 결코 우리를 그렇게 두지 않는다며, 누군가를 미워하고,원망한다. 왕릉이 등장한 관계로 마냥 말랑말랑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절반(만) 그랬다. 


"남의 불행을 듣는 건 어찌 보면 조금 흥미롭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불행과 비교해 위안을 얻기도 하는 꽤 묘한 악취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98쪽



모호한 이야기처럼 읽혀지는 순간도 있었다. 내 이야기인듯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처럼 흘러가는 바람에.그러나 덕분에 왕릉 다니는 그를 이해할 수도,같이 걷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역사 공부를 위해 왕릉을 찾았던 건 아니었다. 숲길처럼 만들어진 길이 좋아 걸었다. 무덤인데, 무덤 같지 않은 공간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그러니 복잡한 내 마음도, 실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다. 산책을 목적으로 왕릉을 찾지만, 그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역사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인간의 알량한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게 된  이들의 기록은,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무덤이란 공간은 죽은자들의 공간인, 동시에 산자들에게 끝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해 주는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살려고 걷는 다는 어느 여자의 절규를 읽는 순간, 나는 알았다. 살고 싶어서 오히려 죽어 있는 공간을 걷고 싶었던 건지도. 올 가을 원없이 왕릉산책 해야 겠다. 알라딘에 계속 보이는 신간 제목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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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선 얼마나 사신 거예요?"

"몰라 한 삼십 년 되나? 중동이라면 이제 아주 지긋지긋해"

"그럼 이번에 아예 서울로 이사 가시는 거예요?"

"영감도 없는 마당에...나 혼자 중동에 있으면 뭐해..."

중동과 기침.. 중동에서 삼심 년.. 그리고 잔기침..."/ 40쪽 '타인 바이러스' 중











"(...) 그러다가 내 옆의 남자가 내게 중동에 관해 물었어. 이집트에도 박물관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남자가 물었어. "거기 공동도서관 상태는 어떤가요?"/94쪽



'타인 바이러스' 라는 제목을 몰랐다면, 중동을 나는 특별(?)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게다. 바이러스와 중동..을 깊게 생각하다가.그만 작가의 함정에 빠져 피식 웃음이 났는데, 리디아 데이비스 이야기집에서 또 '중동'을 만났다. 중동에 대한 인식은..이렇게나 비슷한가 생각하다가, 작가의 마지막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 한 일들이 현실에서 아물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소설에서 '중동'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은데, 하루에 두 번 서로 다른 책에서 중동을 마주쳤다.^^


"우리 작가들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생각하지만,언제나 현실이 훨씬 더 나빠!"/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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