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벨로가 살았던 시대나, 지금이나 세상은...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

어제<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부의 슬픔에 관한 글을 읽었다.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오천 년 동안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토록 풍요를 누린 때는 없었다" 오천 년의 궁핍으로 형성된 정신은 왜곡되었다. 감정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인간은 때때로 받아들이기를 무작정 거부한다/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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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종려나무 -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95
윌리엄 포크너 지음, 권지은 옮김 / 민음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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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가 읽던 책이 궁금했다.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 였다. 개정판이 나오면 읽어 봐야 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개정판 소식을 들었다. 마침 포크너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던 터라, 반가웠다. 


한 편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한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계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포크너 선생은 왜 이렇게 복잡한 세계를 한 이야기 속에 넣었을까... 우선 '긴장감'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왠지 어느 순간 두 세계가 만나게 될 것 같은.. 실제 그런 암시를 주기도 했다.(철저한 독자의 오독임을 인정하지만...) 홍수가 났다. 기차에서 강도 사건이 벌어진다. 샬롯과 죄수가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월본과 샬롯이 왠지 홍수가 난 그 지점에 있을 것만 같은 뻔한 상상... 

월본과 샬롯의 여정은 너무 버겁다.그렇다고 죄수의 여정이 버겁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화두가 ..결코 가벼운 질문은 아닐테니까. 포크너 선생은 집요하게도 그 질문을 잡고 늘어지고 싶었나 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란 느낌은, 소설 끝에 가서야 밝혀(?)진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남자가, 향하게된 곳이 같은 장소일 줄 몰랐다. 그런데, 한 사람은 평생 슬픔을 앉고 살기 위해 감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죄수는 망각하기 위해 감옥으로 돌아왔다.아니,그렇게 느껴졌다. 탈옥할..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꾸역꾸역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를 처음에는 쉬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영화 쇼생크탈출이 떠올랐다. 오로지 그곳에서만 자신이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에게, 감옥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감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수 있다는 사실. 인간은 비극적일수 밖에 없기에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기가 쉽지 않았다. 슬픈 기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월본을..왜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자신을 몰고 가야 했나? 하고 물어 보는 건 무의미하다.

인간은 애초에 행복에 도달할 수 없는 존재지만,그럼에도 굴복하지 않는 인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이 소설을 끝까지 붙들 고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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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든 생물 중에서 어째서 인간만이 스스로 타고난 감각을 의도적으로 위축시키는지 그것도 타인을 희생해 가며 그렇게 하는지를 생각했다. 네발 달린 동물들은 후각과 시각과 청각을 통해 모든 정보를 얻고 그 외에는 불신하는 반면 두 발 달린 인간들은 어째서 글로 읽어서 습득한 정보만을 믿는지를(..)"/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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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미, 미술관 -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
임지영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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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미 미술관>을 읽으면서 예전 읽었던 <내사랑미술관>이 새삼 떠올랐다. 책의 도움을 받아, 국내 미술관을 참 열심히 찾아 다녔던 기억... 책은 절판이 되었고, 나는 리뷰로 남겨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목차를 살피면서, 소개된 대부분의 미술관을 찾아 다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림을 몰라도, 미술관을 찾아 다닐수 있다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책...해서 목차 속 미술관들마다, 나의 추억이 새록새록..떠올라 반가웠다.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예전 만큼 미술관을 찾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팔로미 미술관>이 반가웠던 건 다시 미술관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덕분에 강릉에 솔올미술관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미술관을 다녀와 읽을 생각으로 아껴(?)두었다가,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팔로미'에 있다면 섭섭하다고(만) 할 수도 없겠다 싶기도 하다. 솔올미술관 풍경이 좋았다. 마침 장욱진화가전시를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멀리 동해바다가 보일 줄이야.. 주변 산책로도 마음에 들고,무엇보다 걸어서(긴..산책으로) 고래책방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겠구나..생각했다. 다음에 오게 되면 미술관에서 책방으로 이어지는 산책을 해야지 생각했다. 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건.. 딱 '가이드'만큼이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기꺼이 솔올미술관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양주에 있는 안상철미술관을 가보겠다는 계획을 잡아 놓았다^^


가본 미술관들이 많아 반가웠다. 한동안 다니지 못한 걸 섭섭하다고 생각했는데, 참 열심히 다녔던 때가 있었구나...라는 생각 끝에 여전히 다녀 가지 않은 곳들부터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내가 애정하는 곳들이 소개된 순간은 반가웠다.(여전히 그곳들이 잘 있는 것 같아서^^) '팔로미' 마법에 기꺼이 동참해 보고 싶어졌다. 올 가을에는 부산(이우환 공간, 도모헌,오초량) 이든 경주(솔거미술관)든 한 곳이라도 꼭 다녀 오도록 해봐야 겠다.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화성(엄미술관)도,서울시립사진미술관도 찾아 보고 싶어졌다. 블랙버스터급 전시가 불만족 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술관을 찾아 다닐 생각은 하지 못했다.전시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술관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새삼 환기할 수..있는 시간이 되었다. 기꺼이 미술관...'팔로미'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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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위픽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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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몸이, 다른 누군가로 변하는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말이 안되는 설정이란 고정관념이 작용한 탓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지점이 있어 놀랐다.

이야기가 짧고, 간결하게 마무리 된 영향일 수도 있겠다.


이태이란 인물은 삶이 버겁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아닌 다른 누군가로 '새로고침' 될 수 있다는 유혹을 받는다. 지난날도 그렇겠지만, 요즘처럼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다고 느끼게 되는 이들 대다수가 새로고침..될 수 만 있다면, 이란 마음을 품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라도 행복한 마음..이 들면서 춤이라도 추고 싶어질 것 같은 마음. 그런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유은희처럼 복수의 칼을 휘두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기 전에 가해자였던 남편의 몸으로 들어가 그를 파멸에 이르게 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진짜 그녀의 남편이 아니다.그의 얼굴이었을 뿐... 그러나..그럼에도 누군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아주 잠깐이었지만. 남편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 유은희가 된 또 다른 누군가는 식물인간이 되어야 했으니까. 아이러니하고,뭔가 부조리 하다는 생각...


그래서..

이야기가 그렇게 막을 내린 건 아니었으나, 독자의 마음은 진부한 결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진정한 새로고침은 타인의 몸을 빌려서가 아니라, 나의 의지로 삶을 마주할 때..가 아닐까.너무 진지하게 소설을 읽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내가 아닌 타인으로 살아가보기..를 상상하며 읽다가, 나 자신을 리셋하는 삶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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