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제목은 <고장 난 영혼> 인데 소제목은 '벗겨진 베일' 과 '제이컵 형' 이다. 아직 '벗겨진 베일' 만 읽었으니, 서로 다른 이야기인 동시에 교집합도 있을테지만.. 나는 '벗겨진 베일' 이란 제목 때문에 계속 몸선생의 <인생의 베일>이 떠올랐다. 물론 제목만.. 너무 오래전에 읽은 터라 세세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 잠깐 머물렀다가 가는 신세로도 모자라 자신을 고문하다니 인간은 얼마나 딱한 존재인가? /238 쪽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에서 '인생의 베일'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몇 해 전 읽은 터라 반가웠다.그리고 궁금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놀랐다.'콜레라'에 대한 언급이라니...마침 메르스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알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콜레라에 대한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염병과 인문학' 에 대한 책의 소개까지 이어졌다. 다시 '인생의 베일'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인생의 베일'을 처음 읽었을  때 사랑의 열병에 힘겨워 하는 그녀(키티)에게만 정신을 집중했던 것 같다. 그녀 남편(월터)의 직업이 세균학자였다는 사실도,그가 콜레라에 감염되어 죽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읽을 당시에는 퍽 깊은 생각을 하며 읽은 것 같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그녀(키티)에 대해서도 굉장히 표피적으로 밖에 읽지 않았구나 라는 사실이다.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갈등,진정한 사랑을 찾아 몸부림 치고 싶어하는 여인에 대한 연민 혹은 공감보다,우리는 고통 없이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없는 것일까?에 대한 야속한 원망이 앞섰던 것 같다.해서 키티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나는 기억하지 못햇던 것이다.부끄럽게도.삶의 고통없이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이야 물론 행복(?)하겠지만(행복할까?..잘모르겠다.) 현재로선 행복할 것이라 믿고 싶겠지만,콜레라 처럼 예고하지 않는 고통이 내 앞에 찾아왔을때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키티처럼 상황을 마주하고 해결하고,이겨낸다면 이후 만나게 될 성숙이란 이름은 또 얼마나 멋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면에서 월터의 삶이란 얼마나 비극적이고 슬픈것인지...키티 보다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였던 월터의 모습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인생에 대해 전혀 진지할 것 같지 않았던 키티,인생을 퍽 이성적으로 바라 보았던 월터.그러나 고통(콜레라)이 각자의 삶을 후벼팠을 때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2015년 나의 독후기를 읽으면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았다는 건 놀랍지 않았으나, '벗겨진 베일'에서 비슷한 감정이 읽혀진 것이 신기했다. 타인의 의식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래티머에게는 불행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인생의 베일> 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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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단어를 기계적으로 암기할 뿐 의미로 익히지 않는다.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생명의 피로 값을 치러야만 하며 그 의미는 우리 신경의 섬세한 가닥에 새겨져야 한다/81쪽 ‘벗겨진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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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희망도서를 챙겨왔다.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과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 


그리고..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을 펼쳐 본 순간 조지 엘리엇의 문장이 보였다.

인생까지는 모르겠는데, 가까이에 책들이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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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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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 들어 자살했고 다른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352쪽



두서없이 흘러가는 흐름을 온전하게 읽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만큼만 잡아 볼 생각으로 읽었더니, 거짓말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보였다기 보다, 누가누가 더 미친 사람인지..를 생각했다. 재미난 건 제이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는 콤슨 부인(엄마)의 모습이 보였고, 장남의 시선으로 따라 갈때는 아버지가 보였다. 콤슨가의 장남 퀜틴에게 영향을 끼친 아버지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알코올중독 된 아버지가, 장남인 아들에게 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지혜 담긴 말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 염세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아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몰락하는 가문을 마주한 누구도 온전한 정신을 갖지 못했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었던 하녀 딜지만이 정상으로 살아낸 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몰락하는 가문을 방치한 것 보다 그렇게 된 상황을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부가 원망스러웠다.지나치게 일차원적인 시선으로 읽은 탓일수도 있겠지만.몰락하는 순간을 담담히 받아 들였다면, 제이슨과 퀜틴은 미쳐 날뛰지 않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콤슨 부인이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순간...몰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콤슨 부인의 신념이 남편을, 아이들을 파멸로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역자 후기에서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가 '맥베스'에서 왔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맥베스부인과 콤슨 부인은 같은 인물로 이해해도 좋겠다 싶다. <고함과 분노>읽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댈러웨이 부인을 닮았다고 생각했더랬다. 겉모습과 다른 위선의 모습이 보여서.. 그런데 콤슨 부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미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내 인생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달랐지> 엄마가 말했다. <그런 사악한 짓을 하다니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대부분 사람들과는 달라>"/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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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습 위픽
김지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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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가 마음에 드는 건, 지금까지 읽어 보고 싶은 제목들을 골랐기 때문일게다. 막상 고르고 나서 후회 할 수도 있을 텐데, 아직은, 후회 할 일은 없었다.오히려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이번 새해는 아주 잘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 첫날에 좋아하는 친구와 인사를 나구소 싶고 그걸 미리 연습 삼아 해보고 싶었다고(...)"/96쪽


'새해 연습' 이라 읽어 놓고 '새해 계획'을 생각했던 것 같다. 무튼, 사람들이 힘겹게 새해맞이 일출을 보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1인이었는데(한 때는 나도 일출 보러 토함산까지 올라놓고는 말이다..) 잘 살아 보고 싶은 그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해마다 하고자 하는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가 싶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매일 매일 새해 맞이하는 것처럼 연습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지.. 아주 밝은 이야기가 아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건 '연습'의 시간들이 쌓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할머니의사망 소식을 듣고 마주한 일기장. 그녀와 어떤 연결 고리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될까 궁금했다. 


"일기장의 모든 것이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부는 분명 가짜였다.

"희망 사항을 쓴 걸까? 누가 다녀갔으면 좋겠다고.일어날 일들을 미리 연습해본거지"

"모르겠어 이젠 더 알 길도 없고"/ 87쪽



할머니의 일기를 읽으면서, 상상하고,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일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홍미는 당황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언가를 연습 해 보기 위함이였을 지도 모르겠다고.. 한 번 도 본 적 없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이 짧은 소설에서 할머니의 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거짓 일기'를 써내려간 독거노인의 삶을 상상하는 순간은 쓸쓸했지만, 할머니의 거짓 일기..는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알려주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편했다. 일을 그르쳐도 된다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지는 몰랐다. 혼자 죽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매일매일의 삶을 살다가 혼자 죽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겨우 그 정도로 삶 전체를 쓸쓸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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