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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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읽고 나서 후회했다. 너무 빨리 읽어 버린 것 같아서.좀 천천히 읽을 걸.. 그런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가진 '힘'에 그렇게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내가 말하는 건 밥,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정말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거예요

(...)

내 요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주 복잡하다는거예요. 밥,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 순간이라도-어쩌면 평생- 같이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모두는-그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요(...)"/306쪽



..그래서 이야기가 필요한 거 아닐까? 소설을 통해 알게 되는 간접 경험들.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알게 해 주니까 말이다.'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타인의 삶에 대해 훨씬 조금 밖에 알지 못할 게다.누군가를 이해하는 시선도 그럴테고. 이것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다. 내가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수 도 있고,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도 이야기는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냥 내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그 순간 타인의 마음은 들어오지 않게 되는 모양이다.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걸 보면. 그냥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종종 놓친다.이야기 덕분에 힘을 얻는 사람들, 버티는 사람들,그러다 스스로 무너져 내린 사람들..그 모두에 대해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느냐고 따져 묻는 다는 것도 오만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지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줄 수만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폭력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했던 인물들과 마주할 때는 힘들었지만, <이야기를 들려줘요>에서의 요점(따라해보기^^)은 고통 속에 함몰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핵심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기록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란 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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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는 슬펐다.

그녀는 이제 아흔한 살이었고 친구 이저벨 굿로는 점점 더 잠이 늘었다. 바로 요전날에는 심지어 올리브가 신문을 읽어주는 동안에도 잠들어버렸다. 그래서 올리브는 루시가 전화를 걸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올리브" 라고 말했을 때 기뻤다"/505쪽










지난해 루시바턴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 읽어 봐야지 했던, 올리브..를 다시 읽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다시 읽어야겠다.아직 읽지 못한 '다시 올리브' 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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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영화에서 언급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느 감독이 저와 같은 말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최근에 본 영화 '대디오' 에서 저와 아주 닮은 이야기를 들었던 걸 기억한다. 클라크(숀펜)가 승객으로 태운 그녀(다코타 존슨)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사랑이란 말 속에 담긴 함정...

"이 글을 읽었던 게 잊히지 않는데- 오래전에 읽은 거지만-그 글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말했어. 대화보다 더 섹시한 건 없다. 나는 늘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와 루시가 하는 게 그거야- 대화를 하지,좋아.이제 잘 들어.보비.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마 그런 대화는 하지마.그렇게 하면 서로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하면 토끼처럼 섹스를 하게 될 테고 너희의 세상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마거릿이 그것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르고,심지어 윌리엄도 죽게 될지 몰라 그러니 하지마. 보니,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 그러지마/433~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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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의 여자 친구 하나가 그에게 한 남자에 대한 책을 주었다. 아내를 잃은 목사였고 1950년대에 일어난 일이었다.짐은 그것을 읽지 않았다.하지만 어느 밤 몹시 지쳐 있던 그는 그 책을 폈고 이 부분을 읽었다. "아내가 여름에 죽었기 때문에 그는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겨울이 왔을 때 그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331쪽









이야기속 만들어진 '책'일 수도 있지만 언급한 내용이 궁금해 혹시 제목을 찾게 될 수 있을까 구글링하에서 <섬이 있는 서점> 이란 책을 찾았다. 아마도..'아내를 잃은 후... ' 라는 설명이 유사 카테고리로 연결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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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위픽
정보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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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저주토끼>는 아직이다. 초현실주의 그림은 좋아하는데, 환타지를 표방한 듯한 이야기 구조를 딱히 선호하지 않다 보니... 그래서 단편부터 읽어볼 생각으로 <창문>을 골랐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역시 달랐다. 그런데 좋았다. '창문'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렇다는 거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명절은 별 의미가 없다.연휴는 오히려 힘든 기간이었다. 하루에 세 번 지정된 시간에 배달 오던 음식은 연휴 전에 한꺼번에 배송되었다.좁은 방 안에 음식물을 저장할 곳이 없어서 나는 창문 앞의 사용하지 않는 온풍기 위에 배달 용기를 쌓아놓았다"/42쪽



나는 '창문'이란 단어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엇던 모양이다. 딱히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 중국 어느 아파트를 보게 되었는데, 비용..때문에 가짜 창문을 그려넣은 아파트가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보라작가님의 <창문>을 읽으면서 나는 위로 받게 될 줄 알았던 거다. 기대는 무너졌다. 그것도 차갑게.. 누군가는 창문의 용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상황. 짧은 이야기인데, 시작부터 아주 먼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아니 전혀 먼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 언젠가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어딘간에서 프로그램이 연구되고 있을 지도..인공지능이 엄청난 것들을 하고 있으니..앞으로 인간에게 정말 업로드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도 이런 상상을 하는  순간 숨이 막혔다. 숨쉴 창문이 필요하다..그러나 정신없이 발전하는 문명은 어디에도 여유..라는 공간을 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철저히(?) 915호가 이상한 사람이라 믿어버렸다. 아무 의심없이... '창문'은 나와 당신이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엇은 아닐까... 창문이 점점 없어지는 세상이란 생각...<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는 읽어볼 생각인데,<저주토끼>는 아직..모르겠다.


"너의 먹잇감이 되기 위해 내가 존재하는게 아니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듯, 네가 죽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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