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훨씬 수동적이다. 한 철학자 친구가 나에게 지적한 대로 뇌는 자신이 처리하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일일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그러면 우리는 압도당할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우리는 바들바들 떨며 훌쩍거리는 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36~37쪽



2025년 2월에 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알라딘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기억에 대한 저장소를 하나 따로 두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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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 성장기> 를 읽고 나서야, '도둑' 들어간 제목의 소설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둑맞은 가난' 당연히 읽지 않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지 않았던 건지.기억은 나지 않는다. 장편일거라 생각했던 '도둑맞은 가난'은 아주 짧은 단편이다. 연탄가스가 나오고, 가난이 무대가 되는 이야기. 그런데 과거형 이야기가 아니었다.마치 미래를 예언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최근 가난을 재미삼아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란 기사...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소설에서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 도대체 가난을 뭘로 알고 즈네들이 희롱을 하려고 해.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가난한 계집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100쪽



나는 가난한 계집을 희롱한 것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이야기 속 화자는 자신 보다 '가난'이 부정당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설이지만,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부러웠다. 가난은 죄가 아닌데, 이상하게 가난이 마치 무슨 죄라도 된 것처럼 몰아가는 세상..부자가 가난한 이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걸 작가님은 아셨던 모양이다.조금은 뻔한 상상이 연상되는 제목인 것 같았지만..그렇지 않았다.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쳐 몰랐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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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조지프가 고함을 질렀다. "주인은 축사에 있을 긴데,할 말 있으면 헛간 저쪽으로 가보든가"

"안에는 문 열어줄 사람 없나?"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마님뿐일 긴데. 밤중까지 문이 부서져라 두들겨도 안 열어줄 기다"

"왜" 내가 누구인지 마님한테 가서 전해주면 안 되겠나. 조지프?" / 19쪽 '문학동네'



"뭔 일로 그러쇼?" 그가 외쳤다. "주인 나리는 양 우리에 가셨구먼.할 말이 있으시걸랑 헛간 끝을 뺑 둘러 가보시든가"

"집 안에 문을 열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요?" 그의 말에 내가 외쳤다.

"부인 말곤 아무도 없구먼.그라고 부인은 그짝이 밤까지 문을 두들겨댄들 안 열어줄 거고"

"대체 왜? 조지프 자네가 마님께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순 없겠나,응?"/20쪽 '휴머니스트'











<폭풍의 언덕>은 다시 읽기가 참 망설여진 소설이다. 사투리 번역이 몹시 힘들었기 때문이다. 번역의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없어, 무어라 할 말은 없지만.. 무튼..그랬다.

그런데,영화 개봉소식이 들려 온거다. 다시 읽어 보고 싶은데 고민(만) 하고 있다가 휴머니스트세계문학이 생각나서, 집에 있는 책(문동)을 두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잘 읽힌다. 무엇보다 사투리를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했는데, 한결 참고(?)넘어갈 만 해서..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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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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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군산에 있는 마리서사책방에서 '커피괴담'을 구입했다. 

제목의 유혹이 강렬했음에도,12월에는 구입할 것인가를 망설였다.오픈라인 책방에서는 보자마자, <커피괴담>으로 손이 갔다. 책 서문에 씌여진 작가님의 말이..나를 유혹한 건 아니였을까... 무서워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 가다가 어느 순간, 괴담으로 이해되는 이야기보다 더 많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맛있는 커피는 언제나 카페인이란 함정을 잊게 만든다. 찐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음료를 마시게된 날의 하루를 떠올리게 되면...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 커피와 관련된(?) 괴담은 없었지만.. '커피' 자체가 내 삶에 종종 무서운 음료로 등장하는 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도 무서운 이야깃거리 없냐고 묻는 버릇이 생겨서 간호사나 동료들이 기분 나빠해. 사실 무섭기로 말하면 내가 현실에서 하는 일이 훨씬 더 무섭지만"/181쪽



 표지 그림은 참으로 오싹하다. 이야기를 읽고 나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들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어진 이유는... <커피괴담> 덕분에 사람들이 괴담을 찾아 읽는지, 괴담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작 괴담보다 더 무서운 일들이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오히려 괴담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일보다 덜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뭔가 치유가 되는 것도 같고...찜통더위가 괴담보다 더 무서울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기억 잘 못하는 사람은, 기억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무서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괴담 이야기도 종종 흥미로웠지만(예지몽을 종종 꾸는 1인이라서...^^) 괴담을 능가하는 '무서움'에 대한 화두를 따라 가는 여정이 흥미로웠다. 이런 시선으로 읽은 탓인지..내가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이야기는 바로..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 무섭고, 어의없는 판사들의 판결이 어떤 괴담보다도 무섭게 느껴졌다. 마냥 답답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괴담'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현타가 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괴담을 찾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는 응징이 있기도 하지만,진짜 일어나는 일은 아닐거란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이 느꺼져서.. 그냥 '괴담' 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무서운 영화는 사양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는 환영한다.그래도 덜 무섭기 바랐는데, '괴담' 자체는 무섭지 않았다.(서늘한 괴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수도...) 그런데 나는 괴담 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리며 읽고 말았다. 그것이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요컨대 위화감이나 어긋남,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무서운 거야"/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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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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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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