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창에 갔을 때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책이다. 여백서원을 함께 가자는 약속과 함께..벌써 일 년이 지났고, 올해는 기필코 가기로 약속을 하고 나서,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읽었다. 생각보다 잘 읽혀서 놀랐고, <파우스트>를 읽으며 느낀 감정, 문학이 곧 종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마음과 닮은 생각을 읽을 때 특히 반가웠더랬다. 괴테라서 할 수 있는 말이였을까 싶지만... 고전문학을 읽게 되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종종 마지막으로 읽게(?) 될 책은 어쩌면 성경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파우스트>>의 캐릭터 메피스토텔레스의 설정에서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이 악마는 그저 악마가 아니고 참으로 매력적인 주인공 파우스트를 능가하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얼마나 옳은 말만 골라 하는지요. 그야말로 쿨하고 시니컬한 그의 대사들은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105쪽 파우스트 보다 메피스토텔레스에 빠져 들때마다, 느꼈던 딜레마는.. 자연(?)스러웠던 거다. 악마라 생각했는데, 옳은 말만 하는... 그런데 그에게 빠져 있었던 것, 그리고 <<파우스트>>에서 들려 주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지점과 마주하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여백서원에 가면 알게 되겠지만, 이름의 역사(?)가 만들어진 이유도 알았다.


"여백서원, 책이 가득한데 이름은 여백이라 지었습니다. 책도 읽지만 숨 한 번 돌리며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을 담았는데 실은 여백餘白이 아니라 여백 如白입니다. 흰빛 같이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인것입니다"/191쪽












이번에는 솔풀판사 번역 <파우스트>를 읽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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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를 읽은 줄 알았는데 독일편은 읽지 않은 듯 하다. 8월 괴테를 읽어 볼 생각으로 검색하다 <어느 사랑의 실험>에 괴테의 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미 읽은 걸 다시 읽어 보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처음 읽었다.










소개된 괴테의 단편은 '정직한 법관' 이다. 번역 그대로를 생각하는 바람에, 흥미로울 거라 단정했다. 괴테가 살았던 시대, 문학의 특징을 잠시 망각하고는... 다 읽고 나서 '정직한 법관' 이란 의미보다 '지혜로운 법관' 이란 의미로 다가왔다.  문제적 판사와 검사는 뉴스에 보도되는 바, 빙산의 일각일테지만..그들이 휘드르는 권력이 무서워..괴테는 법관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했는데... 살짝 싱거운 느낌. 저와 같은 법관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이기도 하고, 아니면, 법관의 진짜 마음을 마냥 삐딱하게 바라본 탓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짧은 이야기 속에,많은 철학을 담아 낼 수 있다는 건 단편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을 찾아(?)야 할 이유와, 찾게 되는 상황을 그려냈으니까 말이다.


"오래된 습관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며 일찍부터 추구해온 인생행로를 잠시 벗어날 수는 있지만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14쪽


"외롭고 한가로운 생활,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은 난데없는 욕망을 무럭무럭 키우는 온상인 것이다"/21쪽


"우리 인간의 자아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언제까지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결국 자기가 주인이라는 걸 깨우쳐주죠.(...)"/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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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그려져 있지 않으나..수종사 아래 펼쳐진 모습을 기억한다.^^












책장을 정리하다 꺼내보게 된 <최호철의 걷는 그림>에서 수종사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소설 <다산>을 읽으면서 내내 수종사가 가고 싶었던 까닭이다. 딱 한 번 밖에 가보지 못했으나, 수종사에서 바라본 한강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더불어 그곳을 오르는 길이 무척 버거웠던 기억도 함께라... 선뜻 재도전 하게 되지 않는 곳..올 가을에는 기필코 가보리라 생각하며 ... 그림 속 풍경을 보며, 십년 전과 지금 지하철 풍경이 너무 달라져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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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다산의 이름을 만나지만,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더랬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알지 못했던 다산을 만났다. 어느 정도의 허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읽는 내내 약용과 약전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소설1권에서는 정조와 다산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소설2부에서는 주역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다산>을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사실들과 마주한 순간들이 짜릿했던 것 같다. 천주학을 학문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종교로 받아들이는 문제..에서 비롯된 형제간의 갈등이 있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이 문제에서 파생된 이야기들이 흥미롭고,유배지에서의 시간을 허투르 보내지 않았던 그 마음이 놀라워 읽는 내내 소설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흑산' 이 언급될 때 김훈작가의 <흑산>이 떠올랐고, 소설 <다산> 덕분(?)에 <흑산>을 읽어낼 수 있었다. 다산의 시선으로 바라본 약종과 약전의 시선으로 바라본 약종은 어떠했을지.. 그런데 <흑산>에서는 약전 보다 황사영이 내 눈에 조금 더 크게 보였다. <다산>을 읽으면서 내내 황사영이 궁금했더랬는데, 신기했다. 그러나 끝낼 알 수 없었던, 아니 헤아리기 어려운 화두 하나가 남겨졌다.


"셋째 형 약종과 나는 이승에서 화해하지 않은 채 헤어졌다.약종과의 사이에는 눈알에 든 먼지처럼 불화 아닌 불화가 끼어 있었다. 화해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29쪽




비로소 흑산을 읽었다. 전적으로 소설 <다산> 덕분에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훈작가님 글과 나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다산을 읽은 덕분에,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읽어 낼 수 있었다. 약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자산어보가 중심에 있을 줄 알았던 거다. 그러나...

"황사영은 이 세상을 다 건너가고 나서 죽었을까, 황사영은 살아서 오지 않는 것들을 손짓해 부르고 있는 것일까.고향 마재에서 흑산 사이에 억겁의 시간이 흐른 듯 했으나 시간이 이 끝과 저 끝에서 마재와 흑산은 마주 보고 있었다"/334~335쪽 '억겁의 시간' 이란 표현 앞에 '흑산' 이란 제목은 얼마나 어울리는 말인지.. 유배지의 생활, 자산어보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했던 마음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깨닫고 반성했다. 유배지에서 18년을 보낸 다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질문하며, 공허한 질문은 아닌가 생각했는데 <흑산>에서 '억겁의 시간' 이란 표현과 마주한 순간 <다산> 과 <흑산>을 나란히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다산>과 <흑산>을 읽은 덕분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1784년 천주교모임..그림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시에 그려진 그림인가 싶었는데, 김태화가님의 그림이었다. 푸른두루마기 입은 사람이 이벽이라고 했다. 저 그림 속에는 정약용형제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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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말에 담겨 있는 현학을 정약전이 알아챘다. '검을黑(흑)' 은 가시적인 검은 색깔이고,검을 (현)茲은 비가시적인 색깔로서 그윽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드러낸다.'흑산'이 일차적원적인 현실 세상을 말한다면 '현산'은 고차원적인고 그윽한 현인들의 세상을 말한다"/30쪽











"정약전은 창대를 불러 앉히고 그 두려움을 말하려는데 말은 잘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흑산을 자산玆山으로 바꾸어 살려 한다.

(...)

-같은 뜻일 터인데...

-같지 않다. 자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흑은 너무 캄캄하다. 자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않으냐,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바꾸시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흑은 무섭다.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자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337~338쪽



<다산> 덕분에 <흑산>까지 읽게 되었더니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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