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돌아가는 사랑 - 월트 휘트먼 시집
월트 휘트먼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여겨만 두고 있었던 시집이었다. 그런데 <사랑의 갈증>을 읽다가. '바다로 돌아가는 사랑'이 연상되는 문장을 만났다. 에쓰코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하여 더욱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법은 바다로 흘러가는 큰 강물을 남김없이 삼키는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내 위장은 분명 끝까지 견뎌낼 것이다"/177쪽 <사랑의 갈증>  단지, '바다'와 '사랑' 이란 공통 분모 말고는 전혀 다른 느낌일수도 있겠지만 궁금했다. 그리고 휘리릭 넘기다 반가운 시를 만났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분노가 차오른다.내가 일

방적인 사랑을 발산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만 나는 이제 일방적인 사랑 따위는 없으며,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확실히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고 그 사랑을 돌려받지 못했어

도 그 경험으로 이 시를 지었으니까)/63쪽


<사랑의 갈증> 속 에쓰코는 질투와 복수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사랑에 빠진 여인들> 속 제럴드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싶어 파멸을 택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받은 고통을..이렇게 이겨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러나 사랑에 '빠진'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그런데 이 시집의 서문을 쓴 사람이 로런스여서 또 한 번 놀랐다는 사실휘트먼의 시는 사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런스의 설명이 묘하게 와 닿았다. "이제까지 시에서 우리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 있다.그것은 바로 순수한 지금이다. '순간'은 시간의 한 거대한 신비이며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이다.바로 지금 이 순간의 자아는 우리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최고의 신비다. 순간은 모든 시간의 생살이다.(...)'/로런스 서문 로런스의 정리(?) 덕분에 '순간'을 생각하며 다시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를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건 이미 과거, 지금에 집중(?) 해 볼 것...내가 생각한 '사랑'에 관한 시들을 찾으려 애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사랑 보다 아니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지금 이 순간..이란 사실을 확인한 셈이니까.


나 자신의 노래


지금이 없으면 시작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 없으면 젊음이나 늙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이 없으면 완성도 없을 것이며

지금이 없으면 천국이나 지옥도 없으리라 /25쪽 (부분)


로런스의 서문만 반가운 건 아니었다. 휘트먼을 경배한 여러 예술가들의 사진과 글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내가 감동한 '나 자신의 노래'에 대해 제임스 조임스 좋아한 듯하다. 물론 소개된 부분은 달랐지만..<율리시즈>와 <피네간의 경야>에서 휘트먼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아주 정확한 노래까지...^^



당신은 내게 끌리기 시작했나요?


당신은 내게 끌리기 시작했나요?

우선 경고하겠는데,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과는 많

이 달라요.

내게서 당신의 이상을 찾으리라 생각해요?

나를 당신의 애인으로 만들기가 쉽다고 생각해요?

나의 우정에서 순수한 만족으로 얻으리라 생각해요?

나를 믿을 만하고 충실한 사람으로 생각해요?

겉모습과 부드럽고 관대한 태도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아요?

당신이 현실에 발을 디디고 다가가는 인물이 현실의 영

웅이라고 생각해요?

오, 몽상가여 당신은 그 모든 것이 마야.'환영일 뿐이

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에 빠진 여인들 을유세계문학전집 70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다시 읽을 명분(?)이 필요했던 걸까..갑자기..7월의 주제를 '사랑'으로 정해 놓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물론 리스트는 마음 가는대로^^  콜레라..마무리할 즈음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읽을 생각이었는데...<사랑의 갈증>이 알라딘 추천마법사로 등장(?)해 준 덕분에 함께 읽게 되었다. '사랑'이란 주제는 굳이 '사랑'이란 제목이 없어도 빠질 수 없는 주제이겠지만..콕 찍어 '사랑'이란 제목이 들어간 이야기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깨달았다. 적어도 로렌스의 소설과 미시마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에서 앤딩 부분에 닮은듯 다른 부분이 등장해서..고통에 가까운 사랑에는 특히나 광기와 증오라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를 알겠다 싶다. 그래서 8월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을 예정이다.


"그는 두 손으로 구드룬의 목을 움켜잡았다.그 손은 단단했고 불가항력적으로 강했다.그리고 그녀의 목은 아름답게 너무도 아름답게 부드러웠다.(..)그는 이것을 찌부러뜨렸다.찌부러뜨릴 수 있었다. 이 엄청난 희열이란! 오 마침내 이런 희열이(...)"/ 764쪽


"그녀는 노인의 손에서 괭이를 빼앗아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는 사부로의 어깨 위로 휘둘렀다.잘 손질된 괭이의 하얀 날이 어깨를 빗나가 사부로의 목덜미를 내리쳤다"/237쪽 <사랑의 갈증>


제럴드과 구드룬에게 살기를 느끼기 전까지 <사랑의 갈증> 속 에쓰코를 상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랑에 빠진..초반에 등장했던 허마이어니(어느 순간 그녀의 존재는 사라졌지만..^^) 가 소세키 소설 <명암>에 등장한 요시카와부인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지만..무튼 ... '사랑'이랑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다소 지리멸렬한 느낌도 있어서..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을 온전하게 이해(?)하며 읽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다만 '사랑'이란 주제로 넘어와 보면... 아리러니하게도 사랑에 빠져든 순간..사랑을 몰라 혼란스러울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사랑이라 생각했으나 증오와 광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가면으로 작용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점에서 보면 제럴드가 구드룬을 죽이고 싶었던 마음은 애잔하긴 하다. 그의 사랑은...그녀를 사랑하고 싶은데..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동성애적인...그러면에서 보면 버킨은 비겁한 사람이었을까..세상을 받아들이는 인물이였을까..현학적인듯하면서도 염세적이었던 그는 오히려  사랑을 숨겼다.양성애적인 사랑을 지향했다고 봐야 할까..무튼 제럴드의 사랑을 부정하게 만들었던 구드룬에게 제럴드는..미칠듯 폭발한다.여기서 <사랑의 갈증>과 같은 결말..일까 싶었지만 그는 구드룬을 죽이는 대신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에쓰코의 사랑 역시..남편에게서 사랑받지 못했던 복수에..목숨 걸었던 인물로 이해가 되었다. 해서 그녀가 저지른 짓은 만행(?)이었다고 본다.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방법에 다른 이를 이용한 셈이니까... 두 소설을 나란히(?) 읽게 된 건 분명 우연 이었다. 사랑'이란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힘겹게 읽고 나서 어떻게 감상을 기록해야 하나 고민 할 필요가 없었던 건 <사랑의 갈증>과 함께 읽었기 때문에..제럴드의 사랑이 안타까웠고..에쓰코의 광기가 조금더 무섭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에 다시 또 읽게 된다면..모르겠지만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다시 또 읽게 될 지..는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쓰코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하여 더욱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법은 바다로 흘러가는 큰 강물을 남김없이 삼키는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내 위장은 분명 끝까지 견뎌낼 것이다"/177


그리고 눈에 들어온 두 권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작아져도 한다
이유진 지음 / 키다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요한 건 마음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데...작아지는 마음에 주문을 걸고 싶을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갈증 페이지터너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진 불길(?)함은 틀리지 않았다. <금각사>를 쓴 작가라는 것도, 책의 표지에서도 말랑말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거라는 에상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강렬하고 섬뜩하고...무서웠다. 단시 에스코와 시아버지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관계에 대해 따져 묻게 되면..이 소설은 읽어나갈 수가 없다.상상초월 막장인거니까... 


"야키치의 질투심은 참으로 빈곤했다.장년기의 그였다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내에 대해 따끔한 뺨 한 방으로 그 망상을 깨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지금 야키치는 늙어가고 있다"/152쪽


이게 가능할까..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갈증'에 목마른 이들이라면 불가능하지도 않겠다 싶다. 결국 갈망에 목마른 사람들의 사랑이란 애초부터 잘못 시작된 감정일테니까.. 남편이 죽고 본가로 들어간 그녀는 마냥 불안한 마음이다. 끝임없이 사랑을 갈망하지만..뭔가 불한하고 초조하고..이미 죽은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야키치에게 진심인듯 거짓이든 마음을 흘려보낸다. 그녀의 진짜마음과 거짓마음으로 일기를 기록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앤딩만큼이나 강렬했다.남편에게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사랑'관이 애초에 잘못 자리잡은 걸까..아니면 시대가 그녀에게 재혼이 허락되지 않아서였을까? 분명한 건 사랑받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그녀를 내내 따라다닌 것 같다. 본가로 들어간 것도, 자기 보다 어린 하인에게 마음을 둔 것도..그녀는 애초에 누군가를 사랑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닐까... 읽는 동안에는 조금은 과해 보이는 에쓰코의 '행동'들만 생각하며 사랑이 뭔데..사랑이 뭐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그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보니, 죽은 남편에게 배신 당한 그 마음이 내내 회복되지 않았던 건 아닐까..싶다.오로지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는 야키치를 농락하고(라고 썼지만 그의 갈증도 무서운건 마찬가지다!!) 하인 사부로를 향한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제단했던 행동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정말 그를 사랑했다기보다.사랑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 아니였을까..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사부로에게 한 행동은 결코 사랑해서가 아니라..자신에게 가해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그녀는 '사랑'이라고 여전히 우기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김광석의 노랫말이 떠오른 걸 보면,그녀가 사부로를 사랑했을지는 몰라도..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그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항변하는 그녀의 마음은 사부로에 대한 모독이자 너무도 무서운 형벌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